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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유전 질환을 진단받은 아들을 위해 직접 재단을 만들고 치료제 개발에 나선 영국 어머니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사진=더 선
희귀 유전 질환을 진단받은 아들을 위해 직접 재단을 만들고 치료제 개발에 나선 영국 어머니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더 선에 따르면 영국의 에이미 세리던-힐(46)의 아들 프랭키 세리던-힐(10)은 두 살이 되도록 혼자 걷지 못했다. 에이미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는 단순히 관절이 유연한 ‘과유동성’ 때문이라며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랭키가 네 살이 됐을 때 발을 이상하게 디디는 모습을 본 물리치료사가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프랭키는 ‘기저핵 및 소뇌 위축을 동반한 저수초화증(H-ABC)’라는 희귀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 백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 백질이영양증의 일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200건만 보고된 희귀 질환이다. 에이미는 “프랭키가 십 대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남은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 아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고 말했다.

진단 이후 에이미는 절망하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 프랭키의 진단 후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을 수소문했고, 이들과 함께 H-ABC 재단을 설립했다. 마라톤과 바자회 등을 통해 7만5000파운드(약 1억3000만원)의 연구 자금을 모았으며,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은 ‘시냅틱스바이오’라는 회사를 세워 치료제 개발에 직접 착수했다. 현재 해당 회사는 H-ABC 신약 후보 물질 선정을 마쳤으며, 1~2년 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뇌세포 파괴를 늦추거나 멈춰 아이들이 신체 기능을 더 이상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프랭키는 현재 일반 학교에서 친구들의 도움 속에 수업을 듣고 있으며, 게임을 즐기는 등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에이미는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우리가 직접 희망을 만들고 있다”며 “이 희망을 다른 가족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H-ABC는 신체의 동작과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저핵과 소뇌를 침범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하고 퇴행성 변화를 보일 수 있다. 필라델피아 소아 종합병원에 따르면 H-ABC는 TUBB4A(Tubulin Beta 4A chain)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TUBB4A는 세포 분열과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을 구성하는 튜불린 단백질 생성에 관여한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미세소관의 형성과 안정성이 손상돼 중추신경계 세포의 구조와 기능이 저하된다. 이 질환은 부모로부터 유전되기보다는, 유전되지 않은 새로운 돌연변이(산발적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H-ABC의 증상과 진행 양상은 발병 시기에 따라 다르다. 생후 몇 개월 내 증상이 시작되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심각한 경향이 있다. ▲소두증 ▲불규칙한 안구 운동 ▲근긴장도 저하 ▲운동실조 ▲사지 경직 ▲비자발적 움직임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유아기에 증상이 시작되면 비교적 경미하고 진행 속도도 느린 편이다. 현재 H-ABC의 완치법은 없지만, 증상 완화를 위한 관리 치료와 함께 근본적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