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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사지통증(Erythromelalgia)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진단받은 한 영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데일리메일
임신 중 나타난 발진과 통증을 단순한 임신 증상으로 넘겼던 한 영국 여성이, 출산 후에도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과 신체 기능 저하로 고통받다 1년 가까이 지나서야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여성 레이첼 브래드포드(30)는 임신 중 얼굴과 몸에 얼룩덜룩한 발진이 나타났지만 이를 흔한 임신 증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출산을 앞두고는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몸 전체가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으며, 경련과 감각 저하까지 동반됐다. 하반신 부종이 심해져 자연분만은 불가능했고, 결국 지난해 5월 응급 제왕절개로 아들을 출산했다. 그러나 출산 후에도 통증은 계속됐다. 남편은 "아내가 거의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분만은 불가능했다"며 "의사들은 여전히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증상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던 브래드포드는 올해 2월이 돼서야 '홍색사지통증(Erythromelalgia)'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 질환을 진단받았다. 홍색사지통증은 피부의 작은 동맥이 주기적으로 확장되면서 피부가 뜨거워지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외상이나 수술 이후 특정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강한 통증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현재 그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으며, 아들이 무릎 위에 5분만 앉아 있어도 피부가 붓고 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브래드포드는 "이 병이 내게서 직장, 임신의 기쁨, 어머니로서의 삶, 움직일 자유까지 모두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부부는 의료 시스템의 무관심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응급실에서 "양말 신으세요" 정도의 무책임한 조언만 받았다며 비판했다. 현재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시행되는 신경성 통증 완화 치료인 '스크램블러 치료'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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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브래드포드가 아프기 전(왼)과 후(오)의 모습/사진=데일리메일
◇홍색사지통증, 팔다리 붓고 피부 온도 높아져… 몸 시원하게 해야
홍색사지통증을 겪을 경우 브래드포드처럼 하반신 부종, 통증, 피부 온도 상승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다리와 발뿐만 아니라 손, 팔 등에도 생긴다. 이런 증상은 수년간 계속 진행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홍색사지통증은 유전될 확률이 약 50%로, 소아기에 증상이 발병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성 홍색사지통증인지를 판단한다. 또한 당뇨병, 통풍, 고혈압,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병 등과 같은 기저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기저 질환이 진단되기 2~3년 전에 먼저 발병한다. 실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데이비드 박사 등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홍색사지통증 환자 중 약 13.7%가 고혈압을, 2.4%가 당뇨병을 동반한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는 유발하는 기저 질환이 밝혀진 경우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기저 질환이 식별되지 않았다면 항경련제인 가바펜틴을 주로 투여한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홍색사지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선 열에 대한 노출을 피하고, 냉찜질, 냉수욕 등 몸을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옷깃만 스쳐도 아파… 초기 진단이 중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신경계 과민반응과 염증, 혈관 기능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상, 수술, 신경 손상 등이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겪으면 피부색이나 질감이 변하고 관절 경직도가 증가한다. 이때 손·발톱이 부서지고 근육이 약화하는 경우도 있다. 옷깃에 스치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통증을 억제하기 위한 연고를 피부에 얹기만 해도 고통을 느낀다. 통증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통증 평가 지수(NRS)는 평균 8~10점으로, 치통(4.5점)이나 출산통(7.5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는 통증의 정도를 '불에 타는 것 같다' 또는 '칼에 베이는 느낌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팔, 다리, 손발이다. 질병관리청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지에 44~61%, 하지에 39~51% 정도 발병한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마리누스 박사 연구에 따르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마약성 진통제만으로는 통증을 완전히 조절하기 어려워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 협력하는 치료와 조기 진단, 약물 이외의 다양한 치료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맞춤형 치료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