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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가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산이나 습지에서 쌍안경과 카메라를 가지고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탐조'라고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과 일본을 거쳐 전 세계로 전파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탐조를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탐조가 뇌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캐나다 요크대 연구팀이 성인 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조류 관찰자는 이제 막 탐조를 시작한 초보자에 비해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주의 집중력과 기억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 MRI(자기공명영상)스캔 결과 초보자가 아닌 조류 관찰자들의 뇌 조직은 작업 기억·공간 인식·사물 인식 관련 영역에 신경이 더 촘촘하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뇌의 더 많은 부분을 활용해 정보를 더욱 빠르게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뇌의 신경가소성 능력과 관련이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뉴런과 신경망이 새로운 정보·감각 자극·발달·손상에 반응해 이전 상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는 능력을 말한다. 탐조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뇌에 저장해 두었던 이미지를 떠올리며 비교하는 여러 가지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뇌의 여러 인지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봤다.


나이가 들면 신경세포 연결망이 감소해 뇌 기능이 조금씩 감소하며, 신경전달물질 생산이 줄어들면서 반응 속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새를 오랫동안 관찰해 여러 종을 식별할 수 있는 관찰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주의력과 지각 능력에 관계된 영역의 밀도가 높아 뇌 기능 감소 폭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에릭 윙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새를 관찰하는 것이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탐조 활동에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인간발달 및 가족학과 벤자민 카츠 교수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걷는 활동은 인지 장애 위험을 줄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는 것은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향상시킨다. 그는 "탐조는 한 가지 활동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여러 인지적 요소가 융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