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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체감 온도 차이가 생물학적 이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편은 덥다며 히터를 끄자고 하고, 아내는 춥다며 이를 거부하는 풍경. 흔한 온도 갈등 뒤에는 생물학적 차이가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는 연구와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해 남녀의 체감 온도가 다른 이유를 조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 연구소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남녀 28명을 대상으로 섭씨 17~31도 사이의 온도 환경에서 신체 반응을 관찰한 결과, 여성에게서 더 낮은 체온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주저자 로버트 브리히타 박사는 “여성은 남성보다 기초대사량이 낮은 경향이 있다”며 “대체로 체격이 더 작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초대사량은 호흡과 혈액순환, 체온 조절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근육량이 많아 휴식 시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며, 휴식 대사율도 약 20%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은 체열의 40% 이상을 만들어내는 ‘열 생산 공장’ 역할을 해 근육량이 많을수록 체온 유지에 유리하다.

체격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체구가 작은 사람이 열 발생량이 적어 추위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리히타 박사는 “마르고 체지방률이 낮은 남성 역시 체구가 큰 사람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은 평균적으로 체지방률이 더 높다. 지방 조직은 열 손실을 막는 ‘단열재’ 역할을 하지만,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근육보다 떨어진다. 연구진은 체지방이 높은 사람일수록 단열 효과가 뛰어나지만, 열 생산량은 체격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여성의 신체 구조가 체감 온도에 영향을 준다는 선행 연구도 있다. 1998년 유타대 의과대학이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심부 체온은 높지만 손 온도는 더 낮았다. 이는 신체가 생식기관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중심부로 열을 집중시키면서 손발 같은 말단 부위의 혈류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영국 로열 브롬턴 종합병원의 심장전문의 마르가리타 브리다 박사는“몸이 따뜻한 상태에 익숙해지면 차가운 공기가 훨씬 더 춥게 느껴질 수 있다”며 “사람들은 피부 온도를 기준으로 체온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이 차갑고 피부 온도가 낮은 여성은 실제 심부 체온이 더 높더라도 추위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의 타고난 심부 체온이 약간 더 높아 외부의 찬 공기를 상대적으로 차갑게 인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수준, 흡연 여부, 식습관, 호르몬 피임약 복용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리히타 박사는 “결국 사람이 느끼는 온도는 성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체구, 체형, 체성분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조합에 달려 있다”고 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