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기능저하증

50대 여성에게 많이 생겨 심혈관 질환·동맥경화 원인
심하면 심장에 물이 차기도… 동네 병원서도 확인 가능해

건강하던 가정주부 이모씨(54)는 최근 숨 쉬기가 힘들어져 병원에 갔다. 검사를 했더니 심장에 물이 차 있었다. 갑상선호르몬이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주치의는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일 때 우리 몸에서 노폐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서 심장을 비롯한 전신에 점액질 같은 물이 잘 찬다"고 말했다.

여성 100명 중 1~2명이 앓아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묵은 것을 빼내고 새로운 것을 들이는 일)를 담당하는 '갑상선호르몬'의 부족으로 몸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70~80%는 자가면역질환(면역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병)인 하시모토갑상선염 탓에 생긴다. 예전에 자신도 모르게 앓았던 갑상선염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건강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갑상선암 등으로 갑상선을 떼내도 생긴다.

국내 여성의 1~2%, 남성의 0.1~0.3%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는다고 의료계는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 이 병으로 병원을 찾은 28만8149명 중 여성이 24만8387명, 남성이 3만9762명이었다.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득 교수는 "남성보다 근골격계가 약한 여성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계가 남성보다 활성화돼 있다"며 "그런 이유로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이 남성보다 5~10배 높아서 이 병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병은 50대 여성에게 많다. 송영득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이 50대에 최고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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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겨서 기운이 없고 우울하며, 추위를 심하게 타고 손발이 차가워진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유난히 추위 타고 살 찌면 의심

겨울에 추위를 아주 심하게 타고 살이 찌면 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류혜진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이 줄어 신진대사가 떨어지면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차가워진다"며 "또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질들이 몸 속에 머물러서 끈적끈적한 물질(점액질)이 전신에 쌓이고 예전보다 사용하는 칼로리가 줄기 때문에 몸이 불어난다"고 말했다. 또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푸석하고 잘 빠진다. 항상 피곤하며 우울한 경우도 많다. 목이 붓고 잘 쉬며, 변비도 잘 생긴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올라가는데, 송영득 교수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잘 제거되지 않아서 혈관에 쌓이고 심장에 점액질이 잘 차는 탓"이라고 말했다. 류혜진 교수는 "동맥경화증 발병률이 정싱인의 경우 16%인데 비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44%나 된다는 외국 연구 결과가 있다"며 "또 이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30% 정도가 심장에 물이 차고, 20~40%는 고혈압이 생긴다"고 말했다.

약 복용하면 심장에 찬 물도 빠져

이 병이 있는지 여부는 피검사만으로 확인이 된다. 혈액 내 갑상선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농도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동네 의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도 비교적 간단하다. 갑상선호르몬제를 매일 1~2정씩 복용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4~6주 간격으로 혈중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확인하면서 적정 약 용량을 정한다. 류혜진 교수는 "정상 수치가 잘 유지되면 6개월에 한 번씩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재면 된다"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더라도 응급상황만 아니면 다른 치료 없이 갑상선호르몬제 복용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심장에 찬 물도 6개월간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으면 모두 빠진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