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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명 인플루언서가 무자격자의 도움을 받아 자택에서 수중 분만을 시도하다 아이를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클립아트코리아
1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러시아 유명 인플루언서가 무자격자와 함께 자택에서 수중 분만을 시도하다가 아이를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외신 더 선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모델 아이샤 라카에바(27)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자택에 공기 주입식 수영장을 설치하고 수중 분만을 시도했다. 그의 아이는 태어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숨졌다. 현지 법 집행 전문가에 따르면 아기의 사인은 ‘양수 흡입에 의한 익사’로 밝혀졌다.

분만을 도운 나탈리아 코틀라르(59)는 사고 직후 체포됐다. 그는 자신을 경험 많은 심리학자이자 육아 문화 센터 책임자, ‘순산’ 과정 강사로 소개해 왔다. 수중 분만 관련 서적까지 출간하고 다수의 해외 국가에서 초청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코틀라르는 조산사 서비스나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어떠한 정식 자격증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그는 ‘불법 의료 행위’와 ‘안전 요건 미충족 서비스 제공’ 혐의로 기소됐다.

라카에바는 지난 1월 자신의 SNS에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찾지 못하겠다”며 “앞으로도 수많은 청문회, 조사, 장례식이 남아있다”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러시아 산부인과 전문의 류보프 예로페예바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틀라르는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출산의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출산 교육에는 방대한 이론뿐 아니라 광범위한 실습 기술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있었다면 의사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즉각 파악하고 아기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출산 과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의학적 변수들이 존재한다. 태아는 자궁 안에서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첫 호흡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폐에 남아 있는 체액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지 않는 ‘신생아 일시적 빈호흡’이 발생하거나, 태변이 섞인 양수를 들이마실 경우 자궁 밖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태변을 흡입한 신생아는 출생 직후 흡인과 산소 공급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라카예바의 아이가 이 질환을 겪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이 가정분만을 선택할 경우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1000명당 9명으로, 병원 분만 1000명당 5명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높다. 또한 자택에서는 무통 주사를 사용할 수 없고, 태아 질식이나 산후 출혈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전문 의료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의 가정분만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과출산조사’에 따르면 전체 분만의 99% 이상이 종합병원·병원·의원에서 이뤄졌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60%를 넘어서는 등 의료기관 중심의 출산이 일반화되면서 가정분만은 더 감소하는 추세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