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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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 그림
치료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을 경험합니다. 익숙하던 향이 불쑥 불편해지기도 하고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베갯잇의 질감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입안에 느껴지는 불편감도 생기는데 외부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항암으로 이렇게 평소와 달리 민감해진 환자를 돌보는 주변 보호자들도 모두 긴장하게 됩니다. 환자는 몸도 아프고 예민해진 모든 감각에 힘겹고 그 옆을 지키는 보호자는 뭐 때문에 환자가 짜증낼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아이고 힘들지…”라고 말을 건네며 어깨 위에 손을 올려 토닥여 주고 울렁거림이 있을 때 다가와서 등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려 줄 때 무언지 모를 편안함을 느껴보신 적 있으시죠?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을 때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배우자의 손길에서 몸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위로가 있지요.

이처럼 보호자의 접촉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장점은 바로 우리의 신경계가 안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말이라는 논리보다 먼저 감각 즉 서로의 ‘접촉’에 반응하게 됩니다. 부드러운 접촉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낮추고, 몸을 얼어붙도록 굳어버리거나 도망가듯이 불안정한 호흡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심박수와 호흡이 서서히 느려지고, 근육의 미세한 긴장이 풀립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이나 통제할 수 없는 의료 환경에서, 말 한마디보다 손을 잡아주는 행위가 먼저 위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접촉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합니다.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낮추고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술 전 간호사가 잡아주는 손의 온기, 시술 중 의료진이 등에 얹어주는 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비약물적 진통이 됩니다.

저 역시 수술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차가운 침대에 누워있을 때, 한 수녀님이 다니시면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수녀님 손의 감촉과 그때 제 귓가에 들려주셨던 부드러운 목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그 순간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접촉은 몸의 긴장을 풀고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존재감을 남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입원한 환자분께 악수하는 손, 안아주는 엄마의 품, 서로 안아주는 부부의 모습을 그려서 선물하곤 합니다. 그저 그림을 보면서도 따듯한 접촉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사람이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눠주는 것, 눈물을 흘릴 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는 것 긴장할 때 손잡아 주는 것 이것은 그 사람을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대하는 존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플수록 우리는 더 예민해지지만, 동시에 아주 작은 접촉에도 깊이 반응하게 됩니다.

우리의 친절한 손길이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시간을 혼자가 아닌 채로 지나가게 해줍니다. 오늘 옆에 계신 환자분께, 혹은 옆을 지켜주고 계신 보호자께 친절하고 따뜻한 손을 건네 보세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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