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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얼마나 자주 세탁해야 하는지는 패션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겨 입는 청바지는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시대 광부들을 위한 튼튼한 작업복에서 시작됐다. 거친 환경에서도 쉽게 해지지 않도록 금속 리벳을 박고, 오염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남색(인디고) 염료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때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 탓에 청바지의 세탁 주기는 오랫동안 패션계의 논쟁거리였다. 특히 고가의 ‘생지 데님’을 목숨처럼 아끼는 이들 사이에서는 "절대 빨면 안 된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통하기도 한다.

◇15개월 안 빤 바지 vs 2주 안 빤 바지, 세균 수 거의 동일
캐나다 앨버타대 학생 조쉬 리는 15개월 동안 청바지를 한 번도 세탁하지 않았다. 결국 ‘얼마나 더러울까?’라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는 세탁을 앞두고 앨버타대 인간생태학부 의류학과 레이첼 맥퀸 교수와 함께 바지의 세균 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바지를 세탁한 뒤 다시 2주간 착용하고 동일한 검사를 진행해 두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15개월 동안 빨지 않은 청바지와 세탁 후 2주간 입은 청바지의 박테리아 수치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부위별로 보면 가랑이 부분에서는 1cm² 당 8000~1만 개의 집락형성단위(CFU)가 검출됐고, 뒷부분은 1500~2500개, 앞부분은 1000~2000개 수준이었다. 박테리아 증식률 역시 두 청바지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 맥퀸 교수는 당시 “대장균과 같은 유해 세균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부분 일반적인 피부 세균이었다”며 “청바지에 옮겨지는 박테리아는 주로 착용자에게서 유래하기 때문에 피부에 상처가 없다면 건강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탁 횟수 줄이면 환경 부담도 감소
청바지를 덜 자주 세탁하면 위생보다 환경 측면에서 더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2015년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바지를 두 번 입을 때마다 세탁하는 대신 열 번 입을 때마다 세탁할 경우 에너지 사용량과 물 소비,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데님 브랜드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의 데님 전문가 바흐자드 트리노스는 외신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주말에만 청바지를 입는 일반적인 착용 패턴이라면 세탁 없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탁 주기는 개인의 생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습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조경·건설 현장 등에서 작업복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자주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바지에 얼룩이 묻어 세척이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들은 전체 세탁 대신 부분 세척을 권장한다. 데님 브랜드 콘투어 브랜즈의 수석 이사 로이안 앳우드는 “순한 비누와 젖은 천으로 얼룩진 부분만 닦아낸 뒤 물기를 제거하면 냄새와 오염을 줄이면서도 원단의 신축성을 유지하고 색 바램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결국 청바지는 ‘자주 빨아야 하는 옷’이라기보다 상황에 맞게 관리해야 하는 옷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