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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약물 치료를 받던 50대 여성 A씨는 어느날부터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동네의원을 찾았다. 알부민뇨(단백뇨의 초기 단계)가 증가해 신장내과 외래를 찾았 추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콩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동맥이 좁아져 혈류량이 감소하는 ‘신장동맥 협착증’이 진단됐다. 환자의 혈관 상태에 맞춰 고혈압 약제를 조절한 뒤 혈압은 안정화됐고, 단백뇨도 감소해 현재는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 이처럼 단순히 혈압이 조금 높은 줄만 알았던 중년 환자가 신장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걸까?

◇혈압약 복용하면 끝? “신장 기능 확인해야…”
신장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며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다. 문제는 신장이 상당 부분 손상될 때까지도 뚜렷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혈압과 신장 질환은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반대로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염분과 수분 조절이 어려워져 혈압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신장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혈압약만 복용하며 정작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윤혜은 교수는 “초기 신장 질환은 피로감, 부종, 소변 변화 같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해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라며 “그러나 검사에서는 이미 단백뇨가 검출되거나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이 참여한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로 구성된 한국인 만성 콩팥병 장기 추적 연구 사업(KNOW-CKD)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성 콩팥병 환자 2044명을 대상으로 혈압 변화와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분석한 결과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신장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적의 목표 혈압과 치료 전략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접근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부종·단백뇨에 크레아티닌 수치 높으면 의심
그렇다면 고혈압 환자는 언제 신장 질환을 의심해야 할까? 먼저, 혈압약을 2~3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음에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다면 단순한 본태성 고혈압이 아니라 신장 질환에 의한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용량의 약제를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최근 갑자기 혈압이 더 상승했다면 신장 기능 평가가 필요하다.

소변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도 중요한 신호다. 윤혜은 교수는 “신장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소변 검사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변화가 나타난다”라며 “단백뇨(소변에 거품이 많음), 혈뇨, 소변량 감소, 야간뇨가 있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종 역시 주의해야 할 증상이다. 신장이 체내 수분과 염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얼굴, 발목, 종아리 등에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부종이 하루 종일 지속되면서 혈압 상승이 함께 동반된다면 신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진료 과정에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승하거나 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지표이므로 전문가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40세 이전에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 가족 중 신장 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역시 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신장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추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고혈압이 있다면 단순히 혈압 수치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와 소변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특히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당뇨병, 가족력, 고령이라는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