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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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두형 대표원장 / 채널예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지금도 우리는 매 분 매 초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행복은 갈구하면 할수록 자꾸만 멀어지는 반면 불안은 또렷해진다. 불안에서 벗어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두형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두형 대표원장은 오래도록 글쓰기 플랫폼과 책을 통해 진료실 안팎의 독자들과 만나 왔다. 그는 스스로를 ‘지극히 문과적인 성향임에도 의대를 가서 방황하다가, 정신의학을 만나 비로소 머물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심리치료기법의 일종인 ‘수용전념치료(ACT)’다. 이 기법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없애야 하는 흠결이 아닌,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바라본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신간 ‘마음예보’를 펴낸 이두형 대표원장을 만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
의대 진학 후 공부가 성향과 맞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공부가 딱딱하게 느껴져 휴학을 하고 다른 전공을 선택할지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런데 정신건강의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신건강의학은 질병은 물론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들여다보는 분야다.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사람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학문이라는 점에 끌렸다. 정신건강의학을 공부하며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진료 현장에서는 하루에 만날 수 있는 환자 수나 시간에 제한이 있지만, 온라인에 게재하는 글은 시공간의 제한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 진료를 보면서 느낀 점이나 일상생활에서 들었던 생각에 살을 붙여, 정신건강에 관련한 여러 주제를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최근 다른 의사들과 함께 책을 냈다고?
직업 특성상 매일 최일선에서 마음이 힘든 분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단체 메신저방에서도 ‘요즘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가 뭘까’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각자가 주목하는 학문적 근거나 철학, 근무 형태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으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함께 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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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원장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펴낸 책 ‘마음예보’ / 김보미
지난해 펴낸 ‘불완전한 삶에 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수용전념치료를 다뤘던데?
의사로서 수많은 이론들을 공부하고 적용해 봤지만, 이 개념만큼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수용전념치료는 치료 기법이기도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도 관련이 있다. 그동안 심리 치료는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불편감을 줄이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도식으로 접근해 왔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환경이 나아져도 인간은 여전히 불안을 느끼며 미래를 두려워한다. 수용전념치료는 불안을 없애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에는 어쩔 수 없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동시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는 것을 중시한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우울과 불안을 받아들인다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이건 두려운 것이 맞아’, ‘불안할 만해’와 같이 스스로의 우울과 불안을 이해하면서 ‘그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뭘까?’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행복은 어떤 조건을 충족했을 때 그제서야 도달할 수 있는 지점 같은 게 아니다. 우울이나 불안이 사라져야만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 부나 명예 같은 요소와는 관계 없이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게 태어나며, 삶은 통제 불가능하다. 우리는 예로부터 늘 생존을 위해 두려운 것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식으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불편감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자, 매우 일상적인 부분이다.

어떤 상태를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때때로 커지거나 작아지는 불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몰입하는 상태. 그런 순간순간이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상 속에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예를 들어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그것을 위해 기꺼이 불안을 껴안고 삶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힘든 일들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이자 잘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글을 쓰는 것은 어떤 가치를 지니나?
글쓰기는 독자를 향한 행위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일주일, 1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때도 많다. 글을 쓰면 잠시 멈춰 서서 나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다. 글감을 수집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고 의미를 두는 것들은 무엇인지, 또 내가 부족한 지점은 무엇인지 살피게 된다. 특정한 사건이나 순간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 잊고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글을 쓰기 전과 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글을 쓰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됐을 뿐 아니라, 소중한 인연도 많이 생겼다. 특히 북토크나 강연처럼 다른 분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 기쁘고 감사하다. 또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생기면서 앞으로 더욱 올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더 열심히 공부해 좋은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나?
환자들 가운데 내 글을 읽은 뒤 “진료를 받을 때는 선생님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글을 읽고 나니 명확해졌다”거나 “글을 읽으니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글을 쓴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라는 건 자기 나름의 서사를 계속해서 써내려가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 속 순간을 글로 풀어내,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도 작지만 반짝이는 장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 그들이 불안을 껴안고 자신의 서사를 계속 쓸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