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의 삶과 마음 설명서]
193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연구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다. 연구진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하며, 그들의 건강과 관계, 직업, 그리고 삶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런데 이 연구가 내린 결론은 조금 의외였는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 예컨대 돈이나 성공, 명성이 아니었다.
우리는 사람보다 화면과 더 오래 산다
연구는 처음 724명의 참가자로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인터뷰하고, 건강 상태와 삶의 변화들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고, 연구에는 그 자녀 세대와 손주 세대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3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 일이 잘 풀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지금의 문제들이 정리되면 그때는 가족들과도 더 웃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을 돌아보면 인간관계가 늘 삶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했을 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58일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4851일을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보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행복의 비밀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
하버드 연구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건강과 행복을 예측한다.” 돈이나 명성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되고, 정신적·신체적 노화도 더 늦게 나타났다. 사회적 계층이나 지능, 심지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보다도 인간관계가 장수와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이 결과를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즉,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의미다. 월딩어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happiness)이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연구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행복은 대개 순간적인 감정에 가깝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반면 웰빙은 삶 전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자면 행복은 파도와 같다.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반면 웰빙은 바다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종종 순간적인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지만,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웰빙, 즉 삶의 안정적인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웰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구조에 가깝다. 가장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그리고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로부터도 더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로움은 만성질환, 기억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도 외로움이 지속되면 삶 전체의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행복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예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Dance’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춤추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지 않을까.
우리는 사람보다 화면과 더 오래 산다
연구는 처음 724명의 참가자로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인터뷰하고, 건강 상태와 삶의 변화들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고, 연구에는 그 자녀 세대와 손주 세대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3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 일이 잘 풀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지금의 문제들이 정리되면 그때는 가족들과도 더 웃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을 돌아보면 인간관계가 늘 삶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했을 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58일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4851일을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보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행복의 비밀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
하버드 연구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건강과 행복을 예측한다.” 돈이나 명성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되고, 정신적·신체적 노화도 더 늦게 나타났다. 사회적 계층이나 지능, 심지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보다도 인간관계가 장수와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이 결과를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즉,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의미다. 월딩어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happiness)이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연구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행복은 대개 순간적인 감정에 가깝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반면 웰빙은 삶 전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자면 행복은 파도와 같다.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반면 웰빙은 바다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종종 순간적인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지만,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웰빙, 즉 삶의 안정적인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웰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구조에 가깝다. 가장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그리고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로부터도 더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로움은 만성질환, 기억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도 외로움이 지속되면 삶 전체의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행복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예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Dance’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춤추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관계가 늘 뒤로 밀린다. 일이 바빠지면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가족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도 줄어든다. 가까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역시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조금 바쁘니까. 이 문제만 정리되면. 조금 더 안정되면. 그때 가서 사람들도 더 만나고 삶도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하버드 연구가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삶이 안정되면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관계가 우리의 삶을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행복해지면 인간관계도 좋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삶은 종종 반대로 흘러간다. 좋은 관계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행복이다. 마티스의 그림에서처럼 행복은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에 가까운 것이다.
이 장대한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행복한 삶은 어떤 특별한 성공이나 사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거창한 목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나누는 아주 평범한 순간 속에 숨어 있다.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그런 소소한 시간들 말이다. 어쩌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장대한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행복한 삶은 어떤 특별한 성공이나 사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거창한 목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나누는 아주 평범한 순간 속에 숨어 있다.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그런 소소한 시간들 말이다. 어쩌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