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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고무 바닥재가 유독성 화학 물질을 방출해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클립아트코리아
놀이터와 인조 잔디 등에 널리 사용되는 재활용 고무 바닥재가 유독성 화학 물질을 방출해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미세한 고무 분말 소재는 딱딱한 아스팔트보다 낙상 시 충격을 잘 흡수하고, 쉽게 날아가는 모래에 비해 오래 유지되며 관리가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놀이터 바닥재, 인조 잔디 충전재, 육상 트랙 등에 널리 사용됐다.

이러한 소재의 안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폴란드 마리아 퀴리-스클로도프스카대 연구팀은 폐타이어를 갈아서 만든 미세한 고무 분말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 고무 분말에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다량 검출됐다. PAHs는 흡입하거나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경우 간 손상, 생식기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일부는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재활용 고무에 포함된 총 PAHs 양뿐 아니라, 물에 녹아 생물체에 실제로 흡수될 수 있는 ‘생체 이용 가능한 PAHs’까지 함께 측정했다.

연구팀은 고무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독성 화합물이 물과 토양으로 더 쉽게 녹아 나와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총 PAHs 수치는 입자 크기에 따라 킬로그램당 49~108mg 범위였으며, 가장 미세한 입자에서 가장 높은 농도가 검출됐다. 입자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넓어지면서 독성 물질이 더 녹아 나오고, 체내 흡수 위험도 함께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료에서는 아연, 구리 등 중금속도 검출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된 바 있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용 승인 25년 차 이상 노후 아파트 놀이터 32개소를 조사한 결과, 수거·정밀 분석이 가능했던 7개소의 고무 바닥재 중 6개소에서 PAHs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특히 일부 놀이터에서는 발암가능물질인 납이 기준치를 넘기기도 했다.


실제 생물 반응을 통한 위험성 확인을 위해 연구팀은 토양 서식 무척추동물인 톡토기와 정원 크레스 식물, 발광 해양 박테리아를 고무 알갱이와 고무 알갱이가 스며든 물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모든 생물체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작은 입자는 여러 실험에서 생물체의 생존율과 성장은 물론 번식 활동 등 생물학적 활동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열, 습기에 노출될수록 고무가 더 잘게 부서지면서 유해 물질 방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진이 인용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에 노출된 고무 분말은 PAHs와 중금속의 용출량이 새 제품 대비 최대 24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 야외 활동 시 노출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연구 책임 저자 패트릭 올레슈추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폐타이어 고무의 환경 안전성이 입자 크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세 입자는 놀이터나 스포츠 시설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특히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무 분말의 장기적인 안전성 모니터링, 안전한 대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놀이터 이용 후 반드시 비누로 손·발 씻기 ▲인조 잔디 위에서 음식 섭취 금지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피부 접촉과 손-입 경로 노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및 생지화학적 과정(Environmental and Biogeochemical Process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