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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외도가 단순한 도덕 문제를 넘어, 심리적 압박과 정서적 긴장이 어떻게 '불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JTBC 부부의 세계 캡처
개인의 외도가 단순한 도덕 문제를 넘어, 심리적 압박과 정서적 긴장이 어떻게 '불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엘라배마대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불륜을 했다고 스스로 밝힌 81명(남성 64명, 여성 17명)이 작성한 온라인 게시물을 수집해 외도 전 상황, 외도 계기, 위험 관리, 죄책감 여부 등을 분석해 세 가지 범죄학 이론에 따라 분류했다. 연구 대상은 정서적 외도를 넘어 성적인 외도를 한 사람들로 한정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불륜을 왜 시작했는지, 어떻게 숨겼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는지, 총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된 범죄학 이론은 세 가지다. 범죄자에게 ‘긴장’ 요소가 발생해 일탈하게 된다는 ‘긴장 이론’, 일탈로 인한 처벌이 두려우나 행동을 아예 중단하지 않은 채 들킬 위험을 줄이도록 행동한다는 ‘제한적 억제이론’, 규범을 어겨 발생하는 죄책감과 자기비난을 약화시키는 말과 논리를 사용한다는 ‘중화 이론’이다.

그 결과, ‘긴장’은 불륜을 시작하게 만들고 ‘억제’는 불륜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지속하게 만들며 ‘중화’는 불륜을 합리화해 스스로 일탈행위를 감당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불륜과 범죄 과정이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많은 외도자들은 자신의 불륜을 문제의 원인이 아닌 ‘대처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발생한 ‘긴장’을 처리하기 위해 불륜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외도자들이 말하는 긴장은 직무 스트레스, 관계 갈등, 정서적 고립감, 성적 좌절 등이 있으며 이는 이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와 정서적 결핍 경험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우울·불안·낮은 자기존중감 같은 심리 상태일 때, 이를 완화하기 위해 선택되는 일부 '비적응적 대처' 방식이 일탈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신건강 연구에서 '대처'란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인지·행동적 노력을 뜻하며 모든 대처 전략이 건강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부 비적응적 대처는 단기적으로 긴장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안·우울 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연관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불륜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시적으로 감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므로 이후 더 큰 죄책감과 불안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외도자들은 불륜을 중단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연구팀은 이를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동의 형태를 조정하는 제한적 억제로 해석했다. 대표적 전략으로 특정 시간이나 장소를 정해 만나고 불륜 관련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며 의심받을 땐 자신의 행위를 최소한으로만 인정하는 것들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들 중 일부가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불륜 사실을 숨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보지 않기 위해 여러 ‘중화’ 전략을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그것은 사랑이었으며 단순한 배신이 아니었다.”, “성적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대는 몰랐으니 피해가 없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등이 있다. 연구에서 확인된 중화 전략은 정신건강 분야에서 말하는 인지적 왜곡이나 자기합리화와 유사하다. 이는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하는 죄책감과 자존감 손상을 줄이기 위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심리적 과정으로, 심리적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지만 문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긴장이 중화 논리를 만들어내는 주재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삶이 힘들어 외도하는 선택은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가 죄책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개인의 심리 상태와 스트레스 관리 방식, 자기합리화 과정이 일탈 행위 선택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불륜을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 연구는 범죄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주로 다루는 국제 학술지 ‘일탈행동(Deviant Behavior)’에 지난해 11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