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심리, 범죄자 사고방식과 비슷
배우자나 연인을 속이는 불륜이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범죄자의 사고방식과 비슷한 심리 과정을 거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은 불륜 경험을 자발적으로 고백한 온라인 게시글을 분석해,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사고 과정을 범죄학 이론으로 해석했다. 분석 대상은 불륜 경험을 밝힌 익명 게시글 81건으로, 이 중 남성은 64건, 여성은 17건이었다.
연구진은 먼저 '긴장 이론(strain theory)'을 적용했다. 이 이론은 개인이 강한 스트레스나 좌절을 겪을 때,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불륜을 저지른 이들 다수는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부부·연인 관계에서 느낀 외로움 등을 불륜의 계기로 꼽았다.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은 감정적·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륜이 스트레스를 줄이기보다는,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과 이중생활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낳았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두 번째로 주목한 개념은 '제한적 억제(restrictive deterrence)'다. 범죄자가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적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이론이다. 불륜 경험자들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별도의 휴대전화나 이메일 계정을 만들거나, 의심받지 않을 시간과 장소를 골라 만나는 방식이다. 일부는 오히려 배우자에게 이전보다 더 친절하게 행동해 의심을 피하려 했고,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을 축소하거나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중화 이론(neutralization theory)', 즉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자기 합리화 과정에 주목했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거나 "상대가 먼저 나를 외면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분산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배우자가 불륜 사실을 모르는 한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거나, 불륜 상대를 '진정한 사랑'으로 포장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이 "범죄자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할 때 쓰는 심리와 매우 닮아 있다"고 했다.
공동 저자인 토바 코헨 박사는 "불륜과 범죄는 법적 성격이 다르지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위험을 관리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며 "이는 범죄적 사고가 특정 집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익명 온라인 게시글을 바탕으로 이뤄져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남성 사례가 많아 성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일탈행동(Deviant Behavior)'에 지난달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