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의 毛나리자(모발 나려면 이것부터 알자)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탈모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의료진도, 환자도 대부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탈모가 ‘설명으로 끝나는 부작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일상의 많은 것들이 불편해집니다.
외출을 앞두고 거울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망설여집니다. 치료가 힘든 이유가 몸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뤄져 왔고, 실제 연구에서도 심리적 부담과 일상 위축과의 연관성이 반복해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항암치료로 탈모를 겪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발 구입비 지원 제도를 마련해 온 것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가발을 개인의 선택이나 개인 부담으로만 두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필요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제천시는 성인 암 환자 가운데 의료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가발 구입비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항암치료로 탈모가 발생한 경우, 가발 비용의 90%, 최대 70만 원까지 1회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가발을 먼저 구입한 뒤 관련 서류를 갖춰 제천시보건소를 방문해 신청하면 됩니다. 절차 자체는 단순하지만, 치료 중인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를 제때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제천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이미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인천 연수구, 서울 용산구, 울산 중구 등에서도 비슷한 가발 구입비 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는 항암치료로 탈모가 발생한 암 환자 가운데, 보건소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에 등록된 경우를 중심으로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 역시 성인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취지의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며, 신청 창구는 연수구보건소입니다. 서울 용산구는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과 연계해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고, 울산 중구는 조례를 통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처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는 대부분 거주 지역의 보건소입니다.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알지 못하면 받을 수 없고, 한 번 시기를 놓치면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 중이거나, 가족이 치료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은 우리 지역에도 가발 지원이 있는지를 보건소에 문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담당 부서 이름은 암관리팀, 건강증진과 등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항암치료로 탈모가 생겼는데 가발 구입비 지원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발 지원은 어디까지나 탈모가 이미 발생한 이후의 도움입니다. 최근에는 이보다 앞단계에서, 즉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도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두피 냉각 장치, 흔히 말하는 냉각 캡입니다.
냉각 캡은 항암제 투여 중 두피 온도를 낮춰 모낭으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그 결과 항암제가 모낭에 전달되는 양을 감소시키는 방식입니다. 모든 항암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항암제에서는 탈모 발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는 근거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조요법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표준 치료 과정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용, 장비, 인력 문제로 인해 도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문제도 남아 있고, 병원마다 준비해야 할 여건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발 지원이 하나의 공공 정책으로 자리 잡아 가는 지금, 탈모를 줄이기 위한 예방적 접근 역시 함께 논의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발 지원이 치료 이후의 일상을 도와주는 장치라면, 냉각 치료는 치료 과정 중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덜어주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항암치료는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삶을 유지하는 시간입니다. 가발 구입비 지원 제도는 그 삶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이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혜택을 항암 치료로 고생하는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정리한 표는 현재 가발 구입비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지역과, 실제로 연락하거나 방문할 수 있는 창구를 정리한 것입니다. 조건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거주지 보건소에 한 번 문의해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