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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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그만큼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의 충분한 설명과 동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소통이 부족할 경우, 회복하기 힘든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사랑니 발치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어금니를 발치 당했다고 주장한 20대 여성의 의료 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20대 여성 A씨는 2020년 11월, 오른쪽 위 사랑니를 뽑기 위해 B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시술 이후 사랑니가 아닌 마지막 어금니가 발치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 날 A씨는 다시 B병원을 찾아 교정 상담을 받았고, 이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병원을 찾아 방사선 검사와 교정 진단을 다시 받았다.

C병원은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자라 교합이 가능하다면 교정을 통해 발치로 생긴 공간을 줄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랑니의 위치와 성장 방향에 따라 향후 치료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환자 "병원 실수" vs 병원 "치아 상태 고려한 치료"
A씨는 사랑니 발치를 위해 내원했음에도 B병원 측이 착각해 정상적인 어금니를 발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은 발치 대상 치아를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치조골(치아를 지탱하는 잇몸뼈)이 이미 손상된 어금니를 치료 판단에 따라 발치한 것이라고 맞섰다. 상태가 좋지 않은 치아를 제거함으로써 사랑니 발치와 같은 치료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B병원 측은 발치 다음 날 해당 사유를 환자에게 설명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회는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사랑니 발치 전 육안 검사와 파노라마 X-ray 촬영은 일반적인 진료 범위에 해당하지만, 사랑니 발치를 목적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어금니를 발치한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어금니 발치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받았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었고, 문서화된 발치 동의서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B병원이 A씨에게 2200만 원을 지급하고, A씨는 추가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은 성립됐다.

◇"충분한 설명·동의서 작성 중요"
사랑니 발치는 비교적 흔한 치과 시술이지만, 치아 위치가 어금니와 가까운 경우 드물게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발치 전 의료진으로부터 어떤 치아를 발치하는지 충분히 설명을 듣고, X-ray나 CT 영상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발치 동의서 역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발치 대상 치아와 치료 목적, 대안 치료까지 설명받고 동의했다는 중요한 기록이다. 발치 후 설명과 다른 치료가 이뤄졌다고 의심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치과에서 영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굳이 발치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사선으로 자라거나 잇몸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매복치 형태로 맹출할 경우, 구강 위생 관리가 어렵고 인접 치아에 압력을 가해 통증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발치가 필요하다. 사랑니 발치 여부는 정밀검사를 통해 치아의 위치와 맹출 방향, 주변 신경과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