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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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을 극복한 이우형씨(오른쪽)와 그의 주치의인 단국대병원 외과 조성호 교수./사진=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췌장암은 예후가 불량한 암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때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두려움과 막연함을 안기기도 하는데요. 여기 췌장암에 대한 두려움에 치료를 포기했다가 마음을 다잡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선 이가 있습니다. 결국 림프종과 췌장암 2기를 모두 이겨낸 이우형(53·경기도 안성)씨와 그의 치료를 이끈 단국대병원 외과 조성호 교수를 만나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 중 두 번째 암 진단
2016년 7월, 이우형씨는 췌장암 2기를 진단받았습니다. 결혼 3년차, 아내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라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췌장암은 이우형씨가 겪은 두 번째 암입니다. 2012년 12월 림프종 2기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매년 PET-CT 검사를 통해 전이와 재발 여부를 확인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세 번째 추적 검사에서 췌장 쪽 이상 소견이 나타났고 정밀 검사 결과 4.5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과거 림프종 항암 치료 당시,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외형적인 변화로 큰 상실감을 겪었던 그는 또 한 번의 암 진단에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예후가 불량한 암 종인만큼 혹시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홀로 남겨질 아내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결국 ‘암 치료를 받든 받지 않든 결과가 같다면 수술을 꼭 해야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어 췌장암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때 지금의 주치의인 단국대병원 외과 조성호 교수가 “아직 젊은 나이인데 치료를 받고 이겨내야지 치료를 안 받으면 그 다음엔 뭘 할거냐”며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조 교수의 말을 듣고 치료에 대한 회의감과 췌장암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결심했습니다.

자포자기했던 것도 잠시… 적극적인 치료로 회복

8월, 근치적 췌장·비장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종양이 림프절 등 주변으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 국한돼 있는 상태라 수술이 가능했습니다. 조성호 교수는 “이씨는 수술이 가능한 시점에 진단돼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며 “종양을 둘러싼 조직을 최대한 깨끗하게 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춰 종양이 발생한 췌장뿐 아니라 십이지장, 담낭, 담도까지 절제 범위를 넓게 잡는 근치적 수술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은 가장 효과적인 췌장암 치료법으로, 수술이 깔끔하게 이뤄져야 이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행되는 항암, 방사선 치료 효과도 높아집니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 25회, 항암 치료 18회가 이어졌습니다. 치료 효과가 좋았고 면역력을 잘 유지한 덕분에 치료 주기를 놓치지 않고 지연 없이 진행됐습니다. 암을 이겨내는 데 아내의 역할도 컸습니다. 진단 직후부터 줄곧 병원에 동행하며 회복을 위한 관리법을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그를 챙겼습니다.

그러나 암 치료가 끝날 무렵,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해 근무하던 중 갑작스러운 복통에 응급실에 내원했고 장폐색으로 진단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이후 다른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2023년 7월에는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췌장암 진단 9년차인 지금까지도 추가 치료,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조성호 교수는 “현재 이우형씨는 췌장암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2025년까지는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차 내원했지만 내년에는 그마저도 졸업하게 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우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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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씨./사진=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췌장암을 진단받았을 때 심정은?
“처음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채 1년도 살지 못한다’,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라는 내용들뿐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인터넷 정보에 휘둘리기보다 주치의를 믿고 궁금한 점은 직접 물으며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림프종을 진단 받았을 때 수술, 항암 치료를 받았던 덕분인지 췌장암 치료는 그때보다 견디기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진료 일정이 잡히면 일주일 전부터 불안했는데 지금은 병원에 오는 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두 번의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의 헌신, 의료진에 대한 신뢰, 깊어진 신앙심 덕분입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아내가 늘 함께하며 곁을 지켜줬고 치료 의지가 꺾일 때마다 조성호 교수님께서 호통 아닌 호통을 쳐주신 덕분에 망설임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 목사님들과 성도들의 기도와 위로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전에도 신앙생활을 하긴 했지만 췌장암 진단 후로는 신앙이 훨씬 깊어졌습니다. 2020년 학점은행제를 통해 대학 과정을 시작했고 2022년 나사렛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25년 8월 졸업했습니다. 신앙 덕분에 암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려는 마음 대신 긍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암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암을 겪으면서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됐고 욕심 부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됐습니다. 생활습관도 건강하게 바꿨습니다. 1990년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2012년까지 술담배를 했는데 암 수술을 받고 일절 끊었습니다. 기름진 음식은 최대한 줄이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30~40분씩 아내와 함께 햇볕을 받으며 하천 근처를 걷거나 산을 오르는 등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치료 중이든 수술을 앞두고 있든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술과 담배는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끊으세요. 걸을 수 있다면 햇빛 아래에서 잠시라도 걷는 게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프다는 생각에만 머무르기보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챙기며 지내셨으면 합니다. 여력이 된다면 신앙생활도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성호 단국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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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병원 외과 조성호 교수./사진=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국내 췌장암 최신 치료 흐름과 연구 방향은?
“췌장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암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항암제 발전으로 생존율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내 췌장암 치료 성적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현재는 표적 치료와 면역 치료를 췌장암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수술 후 면역력을 보강하기 위한 면역 증강 치료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우형씨처럼 젊은 나이에 췌장암을 진단받으면 치료 전략이 달라지나요?
“췌장암의 평균 진단 연령은 70대 초반입니다. 40~50대에 발생하는 췌장암은 상대적으로 종양의 생물학적 악성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어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젊은 환자일수록 수술 범위를 넓게 잡고 항암 치료도 강도 높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우형씨 역시 그런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택했습니다.”

-림프종 병력이 췌장암 발생과 연관이 있었나요?
“림프종 자체가 췌장암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림프암 치료 이후 정기 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췌장암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림프종 병력이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수술이 가능한 단계에서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우형 씨가 9년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은?
“환자 본인의 생활 관리가 가장 컸다고 봅니다. 금연·금주를 철저히 지키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정기 검진을 빠짐없이 받았습니다. 배우자의 헌신적인 돌봄도 큰 힘이 됐고 수술 후 항암·방사선 치료가 환자에게 잘 맞았던 점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암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인터넷에 있는 정보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환자 개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처가 분명한 대학병원·암센터 정보나 의료진이 제공하는 근거 중심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주치의를 정하고 궁금한 점은 직접 질문하며 치료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췌장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췌장암 치료는 의료진, 환자, 보호자가 함께 가야 합니다.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면 아무리 좋은 치료법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을 믿고, 생활 습관과 면역력 관리에 힘쓰며 끝까지 치료에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의료진 역시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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