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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유상화 진료부장
추운 계절이 시작되면 평소 스쳐 지나가던 가벼운 불편감이 갑자기 통증과 출혈로 이어지는 질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꺼리지만 실제로는 매우 흔한 ‘치질’, 즉 치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치질 환자 수는 10월에서 3월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추위로 인한 혈관 수축과 항문 주위 혈류 감소로 정맥 울혈이 잘 생기고, 겨울철 특유의 활동량 감소·수분 섭취 부족·변비 악화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핵이 악화되는 계절에는 경미한 불편감이 갑작스럽게 출혈, 통증, 돌출감으로 나타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50대 직장인 B씨는 겨울이 되면서 반복되는 변비와 장시간 앉아 있는 업무 환경 탓에 잔변감과 출혈을 경험했지만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했고, 결국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뒤 진행된 치핵을 진단받았다.

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과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구분되며, 선홍색 출혈, 돌출감, 통증, 배변 시 불편감, 가려움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볍게 지나가는 편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기 쉽지만, 방치할수록 악화되어 치료 난이도와 회복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질의 치료 방법은 단계와 증상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크게 보존적 치료, 시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보존적 치료는 초기 치핵 환자에게 가장 많이 시행되며, 따뜻한 물에 항문을 담그는 좌욕을 통해 항문 주위 혈류를 개선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연고나 좌약을 통한 소염·진정치료, 변을 부드럽게 하는 변완화제 복용, 식이조절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이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초기 단계일 경우 매우 효과적이며, 올바른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시행되면 상당수의 환자에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내치핵이 배변 시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간다면 시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고무밴드 결찰술’로, 내치핵의 기저부에 특수 고무밴드를 걸어 혈류를 차단해 치핵 조직이 자연스럽게 탈락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치핵 혈관을 태워 혈류를 줄이는 적외선 응고술, 경화제를 주입해 치핵 조직을 수축시키는 경화요법 등이 있다. 각각의 방법은 치핵의 단계와 모양에 따라 선택된다.

그러나 치핵이 지속적으로 탈출하거나 출혈이 심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 또는 혈전이 생겨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외치핵 혈전(혈전성 외치핵)의 상태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흔히 시행되는 수술은 치핵 절제술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치핵 조직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 초음파 장비를 활용하거나 레이저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적용된다.

치질은 초기에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되는 출혈과 탈출을 방치하면 결국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의 핵심은 생활습관에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분 섭취가 줄어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막는 것이 필수적이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는 습관, 스마트폰을 보며 오래 앉아 있지 않기, 변의가 있을 때 곧바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 등도 도움이 된다. 장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이라면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짧게 걷는 것만으로도 항문 주변 혈류 개선 효과가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항문 주변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체온 관리가 필요하며, 반복되는 출혈이나 잔변감, 돌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본인이 판단해 넘기기보다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치질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방치할 경우 통증·출혈·탈출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치핵 악화 위험이 높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생활습관 개선과 조기 진료만으로도 대부분의 치질은 충분히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

(* 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유상화 진료부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