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난임 병원 쏠림 현상 심화
환자들, 정확한 정보 없어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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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환자들은 병원별 난임 시술 성공률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온라인 카페 후기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평택에 사는 45세 여성 A씨는 현재까지 난자 채취를 6차례 진행했다. 난임 치료 초기에는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상담받았지만, 또래 산모가 거의 없었고 병원 규모나 시설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후 병원을 옮겨 동탄의 한 산부인과에서 시술을 받았으나 한 차례 유산을 겪었다.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병원을 다시 선택해야 했지만, 병원별 난임 시술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성공 후기를 근거로, 왕복 서너 시간이 걸리는 수도권 대형 병원 진료를 택했다.

A씨의 사례는 정보의 불투명성 속에서 수도권 병원으로 난임 환자가 집중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난임 시술 약 50만건(2022년 기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만5000건이 20개 병원에서 이뤄졌고, 그 중 서울 6곳, 경기 8곳으로 수도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병원별 난임 시술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수도권 유명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객관적 데이터 없어… ‘카페 후기’에 의존하는 환자들
병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환자들의 판단을 돕기 어렵다. 의료진을 통해 시술 전반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 있지만, 국내 산모를 기준으로 병원별 난임 시술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일부 병원이 안내하는 성공률 자료 역시 해외 기준에 근거해, 한국 여성, 특히 고령 산모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병원에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참고할 만한 국내 기준의 성공률 자료는 없었다”며 “통계청 자료도 찾아봤지만 ‘40대 성공률 5~10%’처럼 연령대별 평균 수치만 제시돼 병원 선택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객관적인 비교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난임 환자가 의존하게 되는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난임 카페와 각종 온라인 공간에 공유된 다른 환자들의 치료 경험과 성공 사례가 병원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A씨는 “결국 ‘누가 어디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밖에 참고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가까운 병원 대신, 같은 나이대의 성공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병원을 찾아 집에서 먼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 쏠림 현상, 진료 지연·연속성 저하로 이어져
현장에서 진료를 보는 의료진도 수도권·대형 난임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체감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이현주 교수는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전원을 희망하거나 실제로 이동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는 특정 병원의 인프라 차이보다는 난임 부부의 불안감과 정보 비대칭,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현실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치료 환경 자체를 바꾸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선택하는 곳이 난임 시술을 주로 시행하는 전문 의원이다. 이들 의료기관은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 등 특정 단계에 특화된 진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진료 구조상 한계도 존재한다.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가임력보존학회장·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미성년연구회장)는 “많은 난임 전문 의원이 시술 중심으로 진료를 운영하고 있어, 난임 시술 전 필요한 자궁경 검사나 복강경 수술 등 고난도 처치는 자체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한 기관에서 진단부터 시술까지 이어지는 치료를 받기 어렵고, 진단이나 처치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추가로 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환자 쏠림이 심해지면서 진료와 시술을 위한 예약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난임 치료는 시기 조절이 중요한 치료인 만큼, 진료 지연은 환자에게 심리적·시간적 부담을 크게 가중한다. 실제 A씨도 시술 일정에 맞춰 주 2~3차례 병원을 찾았고, 한 번 내원할 때마다 평균 3시간을 대기했다. A씨는 “직장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난임 치료에 전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 투명성 높이고 전문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난임 진료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병원별 시술 결과와 진료 정보 공개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김미란 교수는 “단순 임신율이 아니라,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 주기당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마련돼야 환자들이 더욱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병원이 자체적으로 성공률을 발표하는 방식만으로는 통계 왜곡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워, 공신력 있는 제3의 독립 기관이 난임 데이터를 수집·분석·공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난임 진료 역량 강화도 과제로 제시된다. 이현주 교수는 “지역 거점 난임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배아연구원, 간호 인력, 코디네이터 등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난임 치료는 팀 기반 의료로, 특정 장비보다 센터 전체 운영의 안정성이 장기적인 성과를 좌우한다”고 했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과 난임 전문 의원 간의 역할 분담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고난도 수술이나 동반 질환 치료를 담당하고, 난임 전문 의원은 시술과 일상적인 난임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체계가 갖춰질 경우, 환자들은 굳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선택의 핵심은 ‘표준화된 시스템’
다만 제도적 개선이 당장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환자들 또한 현재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난임 병원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지역이나 병원의 규모가 아니라, 치료가 어떤 기준과 시스템 아래 운영되는지다. 이현주 교수는 “난임 치료는 진단부터 배아 배양과 동결·해동, 이식 전략, 시술 후 관리와 합병증 대응까지 여러 단계로 이뤄진다”며 “이 과정이 얼마나 표준화돼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가 치료 성과와 안전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 치료에서는 지역보다 진료 시스템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표준화된 진료 체계를 갖춘 의료기관이라면 지역과 관계없이 난임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했다가 치료 일정과 이동 부담으로 다시 지역 거점 병원으로 치료를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병원 선택 과정에서 환자가 기대하는 검사·시술·보조요법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치료를 끊기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