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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중 누가 더 많은 소득을 벌어오는지에 따라 다른 한쪽이 체중을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배우자 중 누가 더 많은 소득을 벌어오는지에 따라 다른 한쪽이 체중을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혼 이후에도 부부가 돈과 외모를 주고받으며 관계의 균형을 맞춘다는 분석이다.

영국 배스대 조애나 시르다 박사는 미국 부부 약 4000쌍의 소득 비율, 체질량지수(BMI), 운동량 등을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외모와 지위를 맞바꾸는 거래가 결혼식장까지만 혹은 한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생활 전반에 걸쳐 남편과 아내 모두 누가 더 많은 소득을 벌어오는지에 따라 자신의 신체 건강과 외모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결혼식장까지는 여성 외모가 중요
연구진은 먼저 최근 결혼한 1335쌍의 부부를 분석했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남편의 수입이 높을수록 아내의 BMI는 낮았다. 소득 비율이 10%포인트 차이 날 때마다 여성의 평균 BMI는 0.3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결혼 당시 남편의 BMI는 아내의 소득과 관계가 없었다. 결혼할 때는 여성의 외모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트로피 와이프’ 현상은 적어도 결혼 초기에는 존재했다.

◇소득 변화에는 부부 모두 반응
하지만 결혼 생활에 들어서자 이러한 성별 비대칭성은 사라졌다. 2년마다 추적한 3744쌍의 부부에서 얻은 1만3238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내의 소득이 늘면 아내는 살이 찌고 남편은 날씬해졌다. 남편의 소득이 늘면 그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시르다 박사는 부부의 운동 습관도 조사했다. 배우자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상대방은 운동을 더 많이 했다. 이는 소득 불균형을 외모로 보상하려는 의도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한쪽이 재정적으로 앞서 나가면 다른 한쪽은 헬스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졸 부부는 다른 패턴
특히 대졸 여성의 경우 상대적 소득과 BMI 사이의 양의 관계가 훨씬 가파르게 나타났다. 고학력 아내의 소득 비중이 0%에서 100%로 증가할 때 예측된 BMI는 약 25.5에서 27.5로 상승했다. 반면 고졸 이하 여성의 BMI는 소득 비중과 무관하게 약 25.8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학력 격차는 경제적 논리로 설명된다. 고숙련 직업일수록 장시간 근무에 대한 보상은 크고 일정 차질에 대한 불이익은 크다. 고학력 여성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체중 관리에 드는 시간의 기회비용도 커진다.

남편의 경우 학력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는 아내의 상대적 소득이 높아질수록 남편의 비만 위험이 낮아졌지만, 고학력 남성에게서는 이 효과가 약해지거나 사라졌다. 고학력 부부의 남성은 배우자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체력 관리보다 커리어 투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시르다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각 배우자가 결혼 유지의 가치와 외부 대안을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배우자의 소득 잠재력이 커질수록 선택지는 늘어나고, 결혼 이후에도 돈과 외모를 주고받으며 균형을 맞추려는 조정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경제학과 인간 생물학(Economics & Human Biology)’에 지난달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