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89)

사람의 삶은 흔히 '어디를 향해 가느냐'로 설명된다. 하지만 방향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어디에 어떻게 딛고 서 있느냐'다.

발은 늘 우리 몸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전신의 무게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하루 평균 6000~8000보를 걷고, 그 한 걸음마다 발에는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힘이 실린다. 1년이면 수백만 번의 충격이 발과 발목에 반복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발은 아프기 전까지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결심한다. 체중 감량, 체력 회복, 만성 통증 개선 등 목표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러닝(달리기) 열풍이 이어지며 러닝을 새해 목표로 삼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러닝은 접근성이 좋은 유산소 운동이지만, 준비 없이 시작할 경우 부상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실제 러닝을 시작한 지 1~3개월 사이, 무릎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원인이 발이나 발목 문제였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간과하기 쉬운 게 바로 발 건강이다.

발은 단순한 신체 부위가 아니다.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 그리고 수많은 근육과 인대가 정교하게 얽힌 복합 구조물이다. 이 구조가 균형을 이뤄야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발의 아치가 무너지거나 발목의 안정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반복적인 러닝을 지속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위로 전달된다. 무릎의 회전이 늘어나고 고관절과 골반의 불균형이 생기며, 결국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만성적인 관절·척추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그 원인을 발의 부정렬이나 잘못된 보행 습관에서 찾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러닝은 발과 발목에 반복적인 하중을 가하는 운동이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발목 인대 손상과 같은 질환이 쉽게 발생한다.

문제는 초기 통증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참고 운동을 이어가다보면 통증은 만성화되고, 결국 운동을 중단하게 된다. 새해에 세운 운동 계획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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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을 이용한 발·발목 근력운동. /그래픽=김민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새해 운동 계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이 발과 발목 스트레칭이다.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이 뻣뻣하면 발바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아침에 일어나 벽을 짚고 종아리를 늘려주거나, 수건을 이용해 발을 몸 쪽으로 당기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발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달리기 전 발목 관절의 가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고, 운동 후에는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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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신발 선택 역시 중요하다. 발볼, 아치 높이, 쿠션의 필요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유행이나 디자인보다는 발 형태와 운동 목적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부상 예방의 기본이다. 작은 불편을 방치하면 결국 큰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새해 건강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얼마나 빨리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보다 '얼마나 오래, 아프지 않게 걸어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길 권한다. 운동 계획표를 다시 펼쳐본다면 가장 아래에 이렇게 적어두자. '발과 발목부터 점검할 것.' 2026년 새해, 모든 걸음이 편안하길 바란다. 그 출발점은 언제나 발이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