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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의 스트레스가 냄새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무실에서 잦은 한숨을 내쉬는 동료 옆에 오래 앉아 있으면, 나까지 괜히 긴장되고 피로해질 때가 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스트레스가 냄새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유럽정신의학협회(EPA)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엘리사 비냐 박사 연구팀은 사람의 땀에 포함된 미세한 화학 신호가 타인의 신체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공포 영화를 보게 하거나 강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도록 한 뒤, 이 과정에서 분비된 땀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온 땀은 일반적인 신체 활동 후 분비되는 땀과는 다른 화학적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스트레스 땀’에 담긴 화학 신호는 본인이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코안의 특정 감각 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돼 감정 조절과 관련된 영역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땀 냄새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불안과 관련된 뇌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고, 동시에 혈중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는 등 신체 반응 변화도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인간 역시 동물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통해 위협이나 긴장 상태를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주변 사람의 스트레스가 시각적·청각적 자극을 넘어 후각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냄새를 통해 감정과 상태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화학적 의사소통’ 개념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독일 뒤셀도르프대 베티나 파우제 교수가 제기해 온 이론으로, 인간 역시 후각을 통해 위협이나 스트레스 신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감정 전달이 단순한 기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신체 방어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하면 신체는 방어 반응을 활성화한다. 그 과정에서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NK세포의 활성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지내는 상황이 개인의 생물학적 방어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화학적 스트레스 전달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정서적 환경을 관리하는 ‘감정 위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실내를 자주 환기하는 습관은 공간에 축적된 스트레스 관련 화학 신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후각과 뇌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분을 안정시키는 향을 활용하거나 잠시 밖으로 나가 걷는 등 후각 자극 환경을 바꾸는 행동도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