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은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나 생각과 감정을 교정하는 인지치료의 장이라기보다, 자연을 포함한 치유농업 자원과 활동 속에서 참여자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관조(觀照)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다.
인지치료는 언어와 해석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왜곡된 생각과 감정을 찾아내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한다. 분명 효과적인 치료 방식이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다르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자라는 속도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참여자는 해석보다 리듬을 회복한다. 판단보다 앞서 호흡이 느려지고, 분석보다 먼저 몸이 이완된다.
그래서 치유농업에서 중심이 되는 치유 방식은 인지적 개입이 아니라 관조다. 관조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임이 아니다. 고치려 들지 않고, 평가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함께 머무는 적극적인 태도다. 씨앗을 심어 놓고 매번 확인하지 않는 것, 싹을 잡아당기지 않는 것, 변화를 서두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 이 태도가 곧 관조다.
이 지점에서 치유농업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분명해진다. 치유농업사는 치료자도, 상담사도 아니다. 회복이 일어나도록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말을 줄이고, 개입을 늦추고, 성과를 재촉하지 않는 인내. 자연 앞에서 스스로 낮아질 수 있는 태도. 이것이 치유농업사의 가장 중요한 전문성이다. 치유농업사는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며, 자연과 사람의 속도를 존중한다. 치료하기보다 함께 머무는 태도를 선택한다.
(*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