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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엉덩이 모양을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보행 분석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사진=더선
아이의 엉덩이 모양을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국 더선은 자폐나 ADHD가 있는 사람에게서 골반전방회전(anterior pelvic tilt)으로 인해 엉덩이가 유독 돌출돼 보이는 이른바 ‘오리 엉덩이’ 자세가 관찰된다고 보도했다. 골반전방회전은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허리가 과도하게 휘고, 배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 일부는 특이한 보행을 보인다. 발뒤꿈치가 아닌 발 앞쪽으로 걷거나, 발이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향한 채 걷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폴란드 포즈난의대 연구진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자폐 아동은 정상적인 신체 자세에서 더 많이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이 6~17세 남아 28명을 관찰한 결과, 다수에게서 어깨 돌출(shoulder protraction)과 골반전방회전이 확인됐다. 다만 이 연구는 자폐가 자세 변화를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두 요소 간의 연관성만 확인됐다는 한계가 있다.

2018년에는 이탈리아 국립 연구·입원·보건 연구소 연구진이 자폐 아동과 일반 아동의 보행을 비교했다. 가상현실 환경이 결합된 트레드밀에서 3차원 동작 분석을 진행한 결과, 자폐 아동은 골반이 더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걷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발목으로 지면으로 밀어내는 힘이 약했고, 고관절은 정상보다 더 앞으로 굽혀진 모습이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이 허리, 고관절, 무릎 통증 등 신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균형이나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활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지면 신체 정렬이 무너지면서 허리와 고관절, 무릎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해지고, 시간이 지나 통증이나 균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행 자세와 ADHD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도 있다. 2017년 일본 연구진은 9~10세 남아를 대상으로 신체 움직임을 측정하는 카메라를 활용해 ADHD 아동과 비ADHD 아동의 보행을 비교했다. 그 결과 ADHD 아동은 평균 약 4.5도 더 앞으로 기울어진 골반 자세를 보였고, 보행 속도도 더 빨랐다. 연구진은 골반 전방경사가 과잉행동‧충동성 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호주 모나시대 임상심리학과 니콜 라인하트 교수는 자폐인의 보행 차이가 “뇌 발달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을 부드럽고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기저핵(basal ganglia)과 움직임을 조정·통제하는 소뇌(cerebellum) 등이 자폐인에게서 다르게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인하트 교수는 자폐인의 보행 방식이 다르다고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일부 자폐인은 검사 과정에서 관찰될 정도의 미묘한 보행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러한 차이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별도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낙상 위험이 높거나, 스포츠 등 신체 활동 참여가 어렵고, 보행 방식으로 인해 다리나 허리에 통증이 발생한다면 병원·학교·지역사회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라인하트 교수는 “이러한 지원은 움직임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자폐 아동이 자신의 움직임 방식에 주체성을 갖도록 돕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