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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아메바가 확산되고 있어 전 세계적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AQUA Magazine
뇌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아메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공중보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중산대 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를 포함한 자유생활아메바의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기후 변화와 노후화된 수자원 관리 시스템이 결합되며 전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단세포 원생동물로, 섭씨 25~40도의 따뜻한 담수 환경에서 주로 증식한다. 강, 연못, 호수, 온천뿐 아니라 관리가 미흡한 수영장이나 상수도 시스템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다만 사람 간 전파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아메바는 수영이나 세척 과정에서 오염된 물이 코로 들어올 경우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침투한다. 감염 시 발생하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은 잠복기 1~12일 이후 두통, 발열, 구토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초기 증상이 경미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뇌 조직 파괴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치명률이 매우 높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중산대 롱페이 슈 교수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강한 생존력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슈 교수는 “이 아메바는 고온 환경이나 염소 소독과 같은 일반적인 수처리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우리가 안전하다고 인식해 온 도시 상수도 시스템 내부에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아메바가 다른 병원균의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유생활아메바는 세포 내부에 유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숨긴 채 생존하며, 이 과정에서 소독 과정을 견디도록 돕는다. 보호된 병원균은 상수도 시스템을 통해 가정으로 유입될 수 있고, 항생제 내성 확산이라는 2차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아메바 확산의 배경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서식이 어려웠던 고위도 지역까지 아메바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후화된 수도관과 불충분한 수질 감시 체계가 겹치며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례 보고도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미국 텍사스에서는 71세 여성이 수돗물로 코를 세척한 뒤 8일 만에 사망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사 결과 해당 수돗물이 아메바에 오염돼 있었다고 밝혔다. 인도 케랄라주에서도 2025년 한 해 동안 69건의 감염 사례와 19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한편 현재까지 우리나라 수돗물에서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인간 건강, 환경, 수자원 관리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원 헬스(One Health)’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시간 감시 체계 구축 ▲정밀 진단 기술 개발 ▲고도화된 수처리 기술 도입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슈 교수는 “아메바 문제는 단순한 감염병을 넘어 환경과 인프라 전반이 맞물린 복합적 위협”이라며 “공공 보건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수도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Biocontaminan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