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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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배 속에서 발견된 쌍둥이 태아(동그라미)​/사진=Hong Kong Medical Journal
신생아의 배 속에서 또 다른 태아가 발견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임신기간 내내 별다른 이상이 없던 아이의 몸속에서 쌍둥이 태아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2010년 11월 홍콩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한 여아가 태어났다. 이 아이는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지만, 임신 37주 차에 시행한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는 후복막 부위에 종양이 발견됐다. 아이는 예정대로 태어났으나, 좌측 옆구리가 눈에 띄게 팽만해 있는 상태였다.

생후 7일째, 의료진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비장과 좌측 신장 사이에서 발견된 복합 낭성 종괴 안에는 뼈 구조를 갖춘 두 개의 고형 종괴가 들어 있었다. 의료진은 이를 ‘태아 속 태아(Fetus-in-fetu)’, 즉 쌍둥이 기생 태아로 진단했다.

아이 생후 14일째, 종괴 제거 수술이 진행됐다. 조직 검사 결과 기생 태아들은 숙주인 아이의 혈관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으며 자라고 있었고, 발달 단계는 임신 8~10주 차 태아와 유사했다. 각각의 무게는 14.2g과 9.3g이었다. 두 태아는 하나의 태반 유사 조직에 각각의 탯줄로 연결돼 있었으며, 척추와 사지, 장, 항문은 물론 미발달된 뇌 조직과 모호한 형태의 외부 생식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머리 부위에는 두개골과 피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신체는 피부로 덮여 있었다. 수술받은 여아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해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를 보고한 퀸 엘리자베스 병원 의료진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례에서 기생 태아들은 체중, 크기, 구조가 임신 10주에 해당하는 태아와 유사했다”며 “임신 초기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 것은 태아들이 숙주와 함께 매우 느리게 성장한 작은 기생 태아였기 때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태아 속 태아’는 신생아가 자신의 배 속에 또 다른 태아를 가지고 태어나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신생아 5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00여 건의 사례만이 보고됐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란성 쌍둥이가 임신 초기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배아가 작은 배아를 흡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오염이나 유전적 요인, 화학물질 노출 등과의 연관 가능성 또한 제시된다.

기생 태아는 독립적인 생명력은 없으나 숙주의 영양을 흡수해 자란다, 척추나 사지 등 인체 일부 형상을 갖추는 경우가 많지만, 분리 후에는 생존이 어렵다. 전체 사례의 80%는 복부에서 발견되며, 드물게 입이나 음낭, 꼬리뼈, 심지어 뇌에서 발견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2023년 중국에서는 머리가 비대하고 성장 지연을 보이던 1세 아이의 뇌 속에서 길이 약 10cm의 쌍둥이 태아를 제거한 사례가 공개됐다.

기생 태아는 크기가 작고 성장 속도가 느려 산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임신 말기나 출생 후, 드물게는 성인이 돼 복부 팽만이나 통증으로 검사를 받아 발견되기도 한다. 1999년 인도에서는 산주 바가트라는 30대 남성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해 수술을 받았는데, 배 속에서 30여 년간 자란 태아가 불완전한 거대 조직 형태로 발견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료진이 6개월 된 여아의 복부에서 태아 속 태아를 발견해 제거한 사례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