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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신생아에 “낙상 마렵다”는 간호사… 의료진 윤리 교육, 이대로 괜찮나

이해림 기자

인성 검사만으로 학대 방지 어려워
“SNS 윤리 강령 구체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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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환자 사진./사진=소셜미디어 갈무리
소셜미디어(SNS)에 신생아 사진과 부적절한 문구를 올린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고소된 인원은 총 세 명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간호사 A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생아중환자실 환자의 신체 일부가 나온 사진을 게시하며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 “낙상 마렵다(충동이 든다)” 등 문구를 써 아동학대 논란을 빚었다. 고소 당한 나머지 두 간호사는 A 씨가 SNS에 올린 사진들을 다른 SNS에 퍼 나르거나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은 의료진에 의한 환자 학대면서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학대에도 해당한다. 사안이 복잡하다 보니 사건이 간호사 개인의 인성 문제인지, 의료진에 대한 윤리 교육 부제 문제인지에 대한 논란도 무성하다. 하나씩 짚어본다.

◇가해 간호사, 인성 검사 통과
사건이 보도된 후, 일각에선 “간호사 등 의료진을 채용할 때 인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성 검사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채용 전형에서 AI 검사나 면접을 통한 자체 인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가해 간호사도 인성 검사를 통과해 채용했다”며 “인성 검사 상세 방식과 문항은 병원마다 달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직자와 전문가들은 인성 검사만으로는 학대 사건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용 시 인성 검사를 경험한 모 대학병원 간호사 B씨는 “대학병원은 다 인성 검사가 채용 전형에 있다”며 “형식적 채용 전형에 가까워서, 환자 학대 등 윤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간호대학 고진강 교수는 “인성이라는 것이 추상적이다 보니 ‘부적합 기준’이라는 것을 정확히 만들기가 어렵다”며 “게다가 인성 검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시행하면 실제로는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는 ‘위양성’ 가능성이 커져, 개인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리 강령 교육 넘어, ‘안 되는 행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요즘은 의료인들 간에 환자와 관련된 의사소통을 할 때, 카카오톡·인스타그램·문자메시지·이메일 등을 사용한다. 악한 의도로든 실수로든 환자 개인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이 커졌지만, 환자 정보 보호를 비롯한 의료진 윤리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연세대·경상국립대·건양대 간호대학 연구팀이 S시 소재 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응급실·암센터·병동에서 근무하는 경력 2년 이상의 간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무 윤리 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 22%(22명), 5시간 미만으로 받은 사람이 38%(38명)이었다. “의료진에게 윤리 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질문은 평균 이하 평점을 얻었다.

의료진의 소셜미디어 사용 관련 윤리 강령이 존재하긴 한다. 간호사 윤리 강령은 ▲간호 행위와 일상생활, 인터넷, 소셜미디어 활동에서도 전문직으로서 간호사의 품위 유지에 힘써야 한다(제6조 4항) ▲간호 대상자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대한의사협회는 2019년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환자를 식별 가능한 개인 정보를 그대로 게시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나 학술 교류 또는 동료 의사와의 정보 교환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경우에도 환자 비밀 보장을 준수해야 한다 등의 지침이 담겼다. 그러나 이들 강령은 추상적이라, 실제 근무 현장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강령을 위반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고진강 교수는 “의료진이 생각지도 못했던, 악의 없는 행동이 윤리 강령 위반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환자에게 촬영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을, 과거 이 환자를 담당했던 간호사들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하며 “환자가 많이 좋아졌다”고 함께 기뻐하는 것도 윤리 위반이다. 대한간호협회 윤리지침 제9조 4항에 어긋난다.

미국은 1996년 ‘HIPPA (의료 정보 보호법)’을 제정해 의료진의 윤리적 행위와 비윤리적 행위가 어떤 것인지 세세하게 교육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노출 예방에 대한 교육 내용이 포함됐다. 단순 윤리 강령을 넘어, 구체적 행위 지침을 마련하고 교육해야 한다. 의료진들이 서로의 행동이 윤리적인지 판단하고 자정 작용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고 교수는 “미국 병원에서 근무할 때 HIPPA 교육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윤리적 문제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나와 동료들의 행동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뤄지는 의료진 대상 윤리 교육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의료정책연구원이 2018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의사 대상으로 이루어진 의료 윤리 분야 연수 교육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3년간 경험한 의료 윤리 연수 교육 주제는 ‘의료 윤리 이론’이 24.9%를 차지했다. 교육이 도움되지 않는 이유를 239명의 의사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위가 ‘현장감 부족’(56.7%)을 꼽았다. 간호사 C씨 역시 “수술실 안에서 음식 먹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간호사가 논란된 적 있어, 소셜미디어 사용에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은 적은 있다”며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올려도 되는지, 어떤 것을 올리면 안 되는지에 대한 교육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에 윤리 포함” vs “교육으로 해결할 일”
2009년 영국 스테포드병원에서는 환자 학대와 방치로 400~1200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일부 환자는 배설물이 범벅된 침상에서 지냈고, 식수를 받지 못해 꽃병 속의 물을 마신 환자도 있었다. 간호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한 직원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해고됐다. 환자 학대와 방치를 방관한 사람들이 병원 내 주도권을 잡아 자정 작용이 불가능했다. 두 명의 간호사가 내부 고발을 함으로써 사건이 드러났지만, 그 사이 많은 환자가 피해를 봤다.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 정부는 간호 전문가들에게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이론을 제시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는 병원 평가 기준에 포함했다. 이번 대구가톨릭대병원 사건 이후 병원 평가 기준 개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보건복지부 위임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는 윤리 관련 기준이 없다. ▲전담전문의 1인당 신생아중환자실 환자 수 ▲간호사 1인당 신생아중환자실 환자 수 ▲필요진료 협력과목 및 최소 병상 보유 여부 ▲중증도 평가 시행률 ▲집중영양치료팀 운영 비율 ▲신생아소생술 교육 이수율 ▲원외출생 신생아에 대한 감시 배양 시행률 ▲48시간 이내 신생아중환자실 재입실률 등 8개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학대 사건이 발생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제2·3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2차 평가는 2020년 10월~2021년 3월 진료분을, 3차 평가는 2022년 10월~2023년 3월 진료분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 이번 사건과는 시차가 있다. 이미 의료 역량이 검증된 병원에서 학대 사건이 일어난 만큼, 평가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진강 교수는 “병원이 명확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환자·병원 종사자 평가를 병원 인증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정성 평가 시행 주체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평가 기준 변경이 아닌 의료진 윤리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는 진료 환경 개선, 감염 예방 등 의료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취지라 의료진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취지와 다르다고 본다”며 “기본적인 직업 윤리는 의료진 소양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신생아학회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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