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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술이 필요하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말연시는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기다. 평소보다 한두 잔 더 마시는 일이 흔해지다 보니, 가까운 사람의 음주 문제가 있어도 “이때쯤은 그럴 수 있다”며 넘기기 쉽다. 하지만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문제가 이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3일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알코올 문제의 핵심은 술의 양보다 멈출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회복 코치 엘리자베스 워커는 “술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멈출 수 있다”며 “마시기 시작하면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알코올과의 관계가 이미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데비롱스데일프라이어리병원 치료 책임자도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즐거운 음주’가 아니다”며 “알코올은 타인에 대한 배려 능력을 흐리게 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꼽은 ‘경계선 알코올 의존’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들이다.

▶술이 삶의 우선순위가 됐다=일, 가족, 인간관계보다 술이 더 중요해 보인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위생이나 약속까지 술에 밀리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거의 매일 술이 필요하다=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아침에 숙취 해소를 이유로 다시 술을 찾는 경우다. 평일엔 참다가 주말에 폭음하는 패턴도 위험 신호다.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식사 때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계속 마시게 된다면 통제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음주 패턴이 점점 변했다=시간이 갈수록 술의 양이나 빈도가 늘어난다. 금주를 선언했다가 금세 포기하고 이전 습관으로 돌아가는 일도 반복된다.

▶술을 못 마시면 예민해진다=술을 마시지 못하는 시간대에 짜증이 늘고, 술을 마시면 갑자기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하루 중 성격이 달라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억 상실이나 이유 없는 상처가 잦다=술을 마시다 잠들거나,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이 반복된다. 멍이나 상처가 생겨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술을 숨기려는 행동이 늘었다=술을 더 마시기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하거나, 장을 본다며 오래 자리를 비운다. 음주 여부를 거짓말로 넘기는 모습도 보인다.

▶술에 대한 변명이 점점 교묘해진다=운전을 해야 하는 모임을 피하거나, 일부러 다툼을 만들어 자리를 뜨는 식이다. 집에서 모임을 고집해 음주량을 통제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의존증’은 알코올 중독 이전 단계다. 주량이 계속 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떨림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손이나 혀, 눈꺼풀이 심하게 떨리고 구토 등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이를 인지했을 경우 대화의 시점과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라이어리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렌주 조셉 전문의는 “비난이 아닌 공감과 걱정의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관찰한 사실을 판단 없이 전달하고,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인정할 준비가 됐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알코올 의존을 예방하려면 특히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알래스카 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마실 때보다 알코올 의존증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으로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음주 횟수와 양을 미리 정해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보다는 술집이나 음식점 등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는 장소에서 마시는 것이 중독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