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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두통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을 여덟 알 복용했다가 급성 약물 중독 증세를 보인 태국 청소년이 사연이 화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대표적인 비마약성 진통제 '타이레놀'의 주성분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태국 북부 푸토성에 사는 익명의 14세 소녀 A양은 약물 부작용으로 어지럼증·구토·복통을 심하게 호소해 인근 지역 의료센터로 급히 이송됐다.

두통을 느끼고 진통제를 여러 알 복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A양은 처음에 아세트아미노펜 500mg을 세 알 복용했다. 그러나 두통이 계속되자 추가로 다섯 알을 더 복용했고, 곧 극심한 통증을 경험했다. 의료진은 심각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진단하고 해독제·수액을 투여했고, 그 결과 닷새 만에 상태가 안정됐다.

베트남 하노이 의료센터 독성학과 응우옌 두이 롱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약물이지만, 영양실조·알코올 의존증·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과다 복용했을 때 독성을 경험할 수 있다"며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동일하게 함유된 여러 약물을 병용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레놀의 1일 권장 복용량은 4000mg 미만이다. 이는 하루에 500mg짜리 알약을 8알 이상 먹으면 위험하다는 의미다. 권장량을 넘기지 않았는데도 어지럼증·복통 등 과다 복용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진통 효과가 부족하다면 다음 약을 4~6시간 후에 복용하는 것이 올바르나, 짧은 시간에 몰아서 추가로 복용하거나 감기약처럼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다른 약을 함께 먹을 경우 권장량 이내더라도 과다 복용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과다 복용 시 간에서 독성 물질이 생성되면서 간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 급성 간부전 연구 그룹(ALFSG)에 따르면, 급성 간부전 사례의 절반가량이 아세트아미노펜 중독과 관련 있었다. 또한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 최대 용량으로 2주간 복용한 성인의 약 39%에서 간 손상 징후가 나타났다. 이는 권장 복용량을 지켜서 먹더라도 장기간 복용하면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이상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약 29만 건의 의약품 이상 사례 보고 중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보고 건수가 15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 관련 부작용이 매년 1~2% 수준으로 보고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타이레놀은 흔하게 쓰이는 일반의약품이다. 가벼운 증상에도 쉽게 쓰일 만큼 대중적인 약이다 보니 최근 부작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타이레놀은 진통제 중에서도 카페인 성분이 없어 증상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용법·용량만 지킨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 중 하나다. 공복보다는 식후에 복용해 위 자극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타이레놀을 복용했는데도 통증이 여전하다면,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처럼 다른 계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차 복용할 때 최소 2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좋으며, 집에 동일 계열 진통제밖에 없다면 아세트아미노펜끼리는 최소 4시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끼리는 6시간 이상 시간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용 설명서를 잘 읽은 다음 상한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