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고지혈증 치료제 'PCSK9 억제제'
스타틴 치료에도 효과가 부족한 고지혈증 환자를 위한 먹는 신약이 해외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러한 환자들이 현재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두 주사제다. 'PCSK9 억제제'라는 주사제는 과연 어떻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까?
◇고위험군 치료 목표에 도움… '6%의 법칙' 있다
고지혈증 환자의 첫 치료제로는 '리피토'와 같은 스타틴 계열 약물을 고강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타틴은 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C) 생성을 억제하는 1차 치료제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로수젯'·'리바로젯'처럼 고강도의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라는 성분을 추가한 복합제를 쓰기도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와 같은 약물을 사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조절된 환자의 비율은 87.4%다.
그러나 나머지 13%가량의 '고위험군'은 스타틴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부족하다. 이들은 스타틴의 용량을 늘린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위험군에는 심근경색·뇌졸중 등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이 동반됐거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심혈관질환의 발생·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 목표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 미만'으로 다른 일반 환자 대비 기준이 높고, 스타틴 복용 시 간 수치 상승이나 근육통을 부작용으로 겪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스타틴 치료제나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보다 LDL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가 더 큰 약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스타틴 치료제 '리피토'는 용량이 10·20·40·80mg 등 네 가지가 있으나, 용량을 두 배로 높인다고 해서 수치가 두 배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고위험군에서는 최고 용량의 스타틴 치료제만으로는 최신 치료 목표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 미만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때 다음 치료 단계로 고려할 수 있는 약제가 바로 PCSK9 억제제다. PCSK9 억제제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PCSK9를 차단해 나쁜 콜레스테롤(LDL-C)의 수치를 낮춘다. 대표적인 약제 중 하나인 '레파타' 관련 임상시험에서 약 48주간 치료를 지속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0~60%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원 교수는 "스타틴 제제는 용량을 두 배로 높였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6%만 추가로 떨어지는 '6%의 법칙'이 있다"며 "PCSK9 억제제는 용법에 맞게 사용하면 수치가 50~60%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타틴과 병용… 기전 달라 효과 극대화
PCSK9는 우리 몸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에 결합해, 수용체가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한 뒤 재사용되는 것을 막는다. 이로 인해 수용체는 분해되고, 나쁜 콜레스테롤 제거 능력이 떨어지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PCSK9 억제제는 이 단백질의 작용을 차단해 LDL 수용체가 여러 번 재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PCSK9 억제제는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와 함께 사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기현 교수는 "스타틴은 공장에서 LDL 콜레스테롤의 생산을 막는 역할이라면, PCSK9 억제제는 버려지는 수용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약이다"며 "두 약이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알약은 시간 더 걸려… 비용·편의성 선호도에 맞춰 선택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PCSK9 억제제의 공통점은 모두 '피하 주사제'라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MSD가 먹는 약 '엔리시타이드'의 FDA 허가를 앞두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받고 시장에 진입하려면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혜국 대우(제약사가 특정 국가에 책정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조건)'를 강조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고려할 때, 약가를 비교적 낮게 책정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약제는 크게 사노피의 '프랄런트'·'렉비오', 암젠의 '레파타' 등 세 가지다. 이 주사제들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2주에 한 번 맞는 항체주사이며, 렉비오는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siRNA(짧은 간섭 RNA)' 제제다. 렉비오는 기전 상 간세포에서 PCSK9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장기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초기 투여 이후 6개월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다.
2주·6개월 제제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는 50~60% 수준으로 비슷하다. 결국 약제 선택 기준은 투여 편의성과 비용으로 나뉜다. 환자가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이 불편할 경우 렉비오를 선택할 수 있지만, 렉비오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6개월에 한 번 약 200만원 수준의 약제비를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평생에 가까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 특성상 약제 선호도가 환자마다 크게 달라진다.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에 불편을 느껴 증상이 없을 때 임의로 투약을 멈추거나 6개월 제제를 맞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높은 비용에 더 큰 부담을 느껴 2주 간격 약물을 더 선호하는 환자들도 있다. 전기현 교수는 "짧은 간섭 제제는 투여 간격이 길어 편의성이 높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며 "레파타와 프랄런트는 임상적인 차이가 크게 없어 우선 선택하는 약의 조건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만, 의료계에서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한 이력이 있어야 하거나, 치료 목표를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가 아닌 70으로 잡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김원 교수는 "현재 항체 주사제의 급여 기준은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 재정을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에 맞게 기준이 개선된다면 치료 성과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험군 치료 목표에 도움… '6%의 법칙' 있다
고지혈증 환자의 첫 치료제로는 '리피토'와 같은 스타틴 계열 약물을 고강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타틴은 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C) 생성을 억제하는 1차 치료제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로수젯'·'리바로젯'처럼 고강도의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라는 성분을 추가한 복합제를 쓰기도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와 같은 약물을 사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조절된 환자의 비율은 87.4%다.
그러나 나머지 13%가량의 '고위험군'은 스타틴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부족하다. 이들은 스타틴의 용량을 늘린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위험군에는 심근경색·뇌졸중 등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이 동반됐거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심혈관질환의 발생·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 목표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 미만'으로 다른 일반 환자 대비 기준이 높고, 스타틴 복용 시 간 수치 상승이나 근육통을 부작용으로 겪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스타틴 치료제나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보다 LDL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가 더 큰 약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스타틴 치료제 '리피토'는 용량이 10·20·40·80mg 등 네 가지가 있으나, 용량을 두 배로 높인다고 해서 수치가 두 배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고위험군에서는 최고 용량의 스타틴 치료제만으로는 최신 치료 목표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 미만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때 다음 치료 단계로 고려할 수 있는 약제가 바로 PCSK9 억제제다. PCSK9 억제제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PCSK9를 차단해 나쁜 콜레스테롤(LDL-C)의 수치를 낮춘다. 대표적인 약제 중 하나인 '레파타' 관련 임상시험에서 약 48주간 치료를 지속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0~60%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원 교수는 "스타틴 제제는 용량을 두 배로 높였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6%만 추가로 떨어지는 '6%의 법칙'이 있다"며 "PCSK9 억제제는 용법에 맞게 사용하면 수치가 50~60%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타틴과 병용… 기전 달라 효과 극대화
PCSK9는 우리 몸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에 결합해, 수용체가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한 뒤 재사용되는 것을 막는다. 이로 인해 수용체는 분해되고, 나쁜 콜레스테롤 제거 능력이 떨어지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PCSK9 억제제는 이 단백질의 작용을 차단해 LDL 수용체가 여러 번 재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PCSK9 억제제는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와 함께 사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기현 교수는 "스타틴은 공장에서 LDL 콜레스테롤의 생산을 막는 역할이라면, PCSK9 억제제는 버려지는 수용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약이다"며 "두 약이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알약은 시간 더 걸려… 비용·편의성 선호도에 맞춰 선택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PCSK9 억제제의 공통점은 모두 '피하 주사제'라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MSD가 먹는 약 '엔리시타이드'의 FDA 허가를 앞두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받고 시장에 진입하려면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혜국 대우(제약사가 특정 국가에 책정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조건)'를 강조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고려할 때, 약가를 비교적 낮게 책정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약제는 크게 사노피의 '프랄런트'·'렉비오', 암젠의 '레파타' 등 세 가지다. 이 주사제들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2주에 한 번 맞는 항체주사이며, 렉비오는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siRNA(짧은 간섭 RNA)' 제제다. 렉비오는 기전 상 간세포에서 PCSK9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장기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초기 투여 이후 6개월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다.
2주·6개월 제제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는 50~60% 수준으로 비슷하다. 결국 약제 선택 기준은 투여 편의성과 비용으로 나뉜다. 환자가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이 불편할 경우 렉비오를 선택할 수 있지만, 렉비오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6개월에 한 번 약 200만원 수준의 약제비를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평생에 가까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 특성상 약제 선호도가 환자마다 크게 달라진다.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에 불편을 느껴 증상이 없을 때 임의로 투약을 멈추거나 6개월 제제를 맞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높은 비용에 더 큰 부담을 느껴 2주 간격 약물을 더 선호하는 환자들도 있다. 전기현 교수는 "짧은 간섭 제제는 투여 간격이 길어 편의성이 높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며 "레파타와 프랄런트는 임상적인 차이가 크게 없어 우선 선택하는 약의 조건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만, 의료계에서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한 이력이 있어야 하거나, 치료 목표를 LDL 콜레스테롤 수치 55가 아닌 70으로 잡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김원 교수는 "현재 항체 주사제의 급여 기준은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 재정을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에 맞게 기준이 개선된다면 치료 성과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