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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년층에서 근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노년층에서 근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늘면서 치매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심각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전, 치매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는 신호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근감소증'이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이전 연구들에서도 신체가 약해질수록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기존 연구 대부분은 사람마다 다른 체중과 체격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 신샹의과대 웨이 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점을 보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와 체중을 고려한 근력 지표를 활용해, 영국의 대규모 장기 추적 조사인 영국 고령화 종단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50세 이상 성인 약 6000명으로, 평균 9년간 추적 관찰했다.

상체 근력은 손아귀 힘으로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주로 사용하는 손으로 손아귀 힘 측정기를 세 차례 최대한 강하게 쥐었고, 연구팀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힘의 크기만 비교하면 체격이 큰 사람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BMI와 체중을 반영해 근력을 표준화했다.

하체 근력은 의자에서 팔을 사용하지 않고 5번 연속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평가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다리 근력이 약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 기간 동안 전체 참가자 중 197명(약 3.3%)이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분석 결과 근력이 약할수록 치매 위험이 커지는 뚜렷한 경향이 나타났다.


손아귀 힘이 가장 약한 그룹은 가장 강한 그룹에 비해 치매 위험이 약 2.8배 높았다. 체중과 BMI를 반영한 근력 지표를 적용해도, 상대적으로 근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체 근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데 가장 오래 걸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약 2.75배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남녀 모두, 그리고 50~64세 중년층과 65세 이상 고령층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근력이 조금씩 감소할수록 치매 위험도 함께 커지는 선형적 관계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근력 저하가 이미 시작된 치매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 초반 2년 이내 치매 진단을 받은 사례를 제외한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근력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근력 저하는 뇌신경 연결망 손상을 의미하는 백질 고신호 병변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운동·감각·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서로 연결돼 있어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 손상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만성 염증 역시 근육과 신경세포를 동시에 손상시키는 공통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인 만큼, 근력 약화가 치매를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생활 습관 요인의 영향, 자가 보고에 따른 진단의 한계, 치매 유형을 구분하지 못한 점, 영국 인구에 국한된 연구라는 점 등은 한계로 꼽혔다.

연구팀은 "근력은 건강한 노화의 핵심 요소"라며 "상체와 하체 모두의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