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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바람이 분다'에서 초로기 치매에 걸린 권도훈 역(배우 감우성)의 모습./사진=JTBC 캡처
최근 해외에서는 청년층을 위한 치매 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생활 습관을 바꿨을 때 가장 효과적인 나이대는 단연 중장년층보단 '청년층'이다. 또 청년층에서 치매 관련 위험 요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뇌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중년에서 노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양대 의대 신경과 최호진 교수는 "치매는 노년기에 발병하지만, 그 위험은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이미 누적된다"며 "이 시기는 뇌 신경회로가 완성되고 평생의 뇌 예비력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로, 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학습활동과 뇌 손상 예방이 치매 예방의 핵심 출발점이다"고 했다. 청년들은 뇌 건강을 어떻게 챙겨야 할까?

◇"청년기부터 치매 예방해야, 세계적 정책 변화 필요해"
지난해 12월 세계 뇌 건강 증진과 치매 예방을 위한 국제기관(GBHI)은 청년층 치매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GBHI는 대다수 국가에서 치매 예방 정책을 짤 때 청년이 소외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제 뇌 건강 연구 프로젝트(Next Generation Brain Health)'의 일환으로 6개 대륙 15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 36명이 참여해, 치매를 조기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결론적으로 나온 권고 사항은 총 다섯 개다. ▲뇌 건강 인식을 증진하고 교육 강화하기 ▲건강한 생활 습관 촉진하기 ▲사회적 위험 요인과 환경 개선하기 ▲정책적·구조적 대응을 강화하기 ▲연구를 확대해 맞춤형 개입 방법을 개발하기다. 연구팀은 "현재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회복탄력성을 높이기보다,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다만, 젊은 층은 다른 건강 문제보다 뇌 건강에 대해 비교적 덜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위험 요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 따라서 여러 국가는  정책적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청년기에 수정 가능한 요인을 현재 체계적인 문헌 고찰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당장 우리나라는 예방보다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치매 예산안을 보면, 치매 주치의 사업 확대 등 당장 현장으로 가는 지원이 늘었다. 반면 예방·치료 기술 개발, 예측·진단 기술 개발, 원인 규명과 발전 기전 연구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삭감됐다.


◇과음하고 술 마시며 망친 '뇌', 다시 되돌리려면 '이렇게' 사고해야
아직 우리나라의 정책 자체는 청년층 치매 예방까지는 신경 쓰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럴수록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당장 청년층은 인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좋을까? 뇌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 결과로 확인된 요인은 ▲청력 손실 ▲외상성 뇌손상 고혈압 ▲알코올 사용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대기오염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면 부족 등이 있다. 최호진 교수는 "청년기는 외상성 뇌손상이 생기기 쉬운 시기로, 회복된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남성은 주로 자전거나 차 등을 타며 생기는 교통사고, 군대 등에서 외상성 뇌손상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보호장비를 잘 착용하고, 뇌진탕이 의심되면 즉시 휴식을 취한 뒤 전문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하게 조기 복귀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여성에서는 가정폭력이 외상성 뇌손상이 생기는 주원인이다.

GBHI 연구팀은 "어릴 때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조사가 추가로 필요하고, 결과에 따른 정책적 변화도 뒤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연구로 명확히 확인된 것은 청년기 음주와 흡연 과용이었다. 두 요소는 뇌 변화를 유발해 뇌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요소로는 숙면, 운동, 신성한 채소·과일·생선 위주 식단, 스트레스 관리 등이 있다. 최호진 교수는 "수면은 뇌가 손상된 단백질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을 정리하는 핵심 과정"이라며 "청소년기의 만성 수면 부족은 학습 능력 저하를 넘어 장기적인 뇌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충분한 수면 시간과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뇌 혈류가 증가해 스트레스 조절과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고당분·고지방 식습관은 뇌 대사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통곡물, 채소, 생선 등 섬유질 함량이 높은 식단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생활 습관을 바꿀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으로 뇌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인지 자극을 멈추지 말자.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식이다. 최호진 교수는 "얼마나 오래 공부했는가보다 어떻게 뇌를 사용했는가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영역의 학습과 사고 경험은 신경망을 촘촘하게 형성해, 향후 노화나 뇌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인지 예비력을 높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