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말기 환자들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한 완화의료 종사자는 임종을 앞둔 이들이 공통으로 되뇌는 후회가 있다고 전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많이 떠올릴까. 말기 환자들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한 완화의료 종사자는 임종을 앞둔 이들이 공통으로 되뇌는 후회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더 미러는 최근 호주 출신 완화의료 종사자이자 작가 브로니 웨어의 경험을 소개했다. 웨어는 영국의 의사이자 공중보건 커뮤니케이터 랑간 차터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Feel Better, Live More’에 출연해, 생의 끝자락에서 환자들이 어떤 생각에 이르는지를 직접 목격한 사례를 공개했다.

웨어가 8년간 말기 환자들과 함께하며 가장 자주 들은 말은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삶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우선하며 내려온 선택들이 정작 자신의 가치와 바람을 밀어냈다는 사실이 임종 직전 또렷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말기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지 못한 점을 가장 많이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웨어는 임종을 앞둔 이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후회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삶 ▲일에 지나치게 매달렸던 시간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관계 ▲멀어진 친구들 ▲스스로 행복해지는 선택을 미뤄온 태도다.


이 가운데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는 후회는 그가 돌본 환자 중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자주 언급됐다고 한다. 자녀의 성장 과정에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고, 배우자와의 시간을 놓쳐버렸다는 인식이 뒤늦게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선택에도 공통된 경향이 있었다. 웨어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병원보다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대체로 임종 3주에서 12주 전부터 죽음을 자각하는 과정이 시작되며, 이 시기에 심리적·정서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삶의 우선순위가 재정렬되고, 미뤄두었던 감정과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게 된다. 평소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선택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는 시간도 이어진다. 웨어는 “삶이 끝나가고 있음을 인식하면, 얼마나 많은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가 선명해진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그 꿈들이 스스로의 선택, 혹은 선택하지 않은 결과였음을 자각한 채 생을 마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웨어가 종사하는 완화의료는 말기 환자나 중증 질환자를 대상으로 통증과 증상을 완화하고, 심리·사회적·정서적 어려움까지 함께 돌보는 의료 영역이다. 치료를 통한 완치보다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마무리할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