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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고비(세마글루티드)'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미국에서 허가받았다. 비용은 한 달에 약 22만원 수준이다.

◇1.5mg로 복용 시작… 25mg 복용 시 주사제와 효과 유사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를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했다.

먹는 위고비는 주사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를 경구 제형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합성 소분자가 아닌 인체 유래 호르몬 기반의 펩타이드 약물이다. 최고 용량을 투여하면 주사제와 유사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복용 편의성 또한 주사제 대비 높다고 평가받는다.

세마글루티드는 식후 소장에서 나오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 억제·포만감을 유도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2019년 '리벨서스'라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먹는 세마글루티드가 개발된 적은 있으나, 먹는 약으로 개발된 비만 치료제는 위고비가 처음이다.

이번 승인으로 적응증에 맞는 환자는 먹는 위고비를 1일 1회 복용할 수 있다. 초기 치료는 최소 30일 동안 1.5mg로 시작하며, 30일에 한 번 유지 용량으로 증량할 수 있다. 유지 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형은 4mg, 9mg, 25mg이 있다.

이번 승인은 임상 3상 시험 'OASIS-4'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임상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이면서 하나 이상의 동반 질환이 있는 307명의 성인 환자가 참여를 대상으로 먹는 위고비 25mg과 위약(가짜약)을 64주 동안 비교했다. 그 결과, 먹는 위고비 복용군은 평균 16.6%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주사제 최고 용량인 2.4mg 제형과 유사한 수준이다. 참가자 3명 중 한 명은 20% 이상의 체중 감소를 경험했다. 약물의 안전성은 양호했으며, 기존 먹는 위고비 임상시험 결과와 유사했다.


노보 노디스크 마이크 두스트다르 CEO(최고경영자)는 "위고비 알약의 승인으로 환자들은 더 편리한 치료법을 통해 기존 주사제만큼 효과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시판되는 다른 경구용 GLP-1 치료제들이 먹는 위고비만큼의 체중 감량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승인은 미국 환자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주사제 대비 가격 저렴… 月 22만원 수준
먹는 위고비는 투여 편의성이 높고 체중 감량 효과가 주사제와 유사한 점,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업계에서는 이번 먹는 위고비의 등장으로 미국에서 경쟁사 일라이 릴리에 내줬던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 데이터인 지난 3분기 기준 미국 내 인크레틴 약물의 점유율은 일라이 릴리가 노보 노디스크보다 16.2%포인트 높았다.

회사에 따르면, 초기 용량인 1.5mg 제형은 내년 1월 초부터 약국과 일부 원격 진료 제공업체를 통해 월 149달러(한화 약 22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는 위고비·마운자로 등 주사형 비만 주사제 대비 저렴한 수준이다. 주사형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가격 조정이 이뤄졌으나, 현재 각각 349달러(한화 약 51만원)·299달러(한화 약 44만원)로 먹는 위고비보다 비싸다.

노보 노디스크 미국 사업부 데이브 무어 부사장은 "위고비 알약은 비만 치료용 GLP-1 제제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시설에서 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내년 1월 초 미국 전역에 출시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도 최근 FDA에 먹는 비만약 '올포글리프론'의 허가를 신청했다. 국가 우선 심사 바우처(CNPV)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심사 기간이 1~2개월 이내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빠를 경우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먼저 허가를 받은 위고비가 시장을 선점했으나, 대량 생산에 있어서는 합성 의약품인 올포글리프론이 펩타이드 의약품인 위고비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