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연장술 명의] 이동훈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사지연장술, 인식 변화·기술 발전… 선택하는 환자 늘어
'장기적 안전' 가장 중요… 합병증 위험 크면 非 권장
뼈 상태, 관절 가동 범위, 근력 등 고려해 연장 목표 설정
수술의 완성은 재활… 관절 부담 줄이는 '수중 재활' 큰 도움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로비 한 편에는 환자들의 손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연골무형성증 환아와 함께 찍은 사진부터 여러 나라 언어로 적힌 감사 편지까지, 모두 이곳을 거쳐 간 환자들의 기록이다. 이들은 질병, 선천적 기형, 교통사고 후유증, 키에 대한 콤플렉스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이 원장에게 사지연장술·변형교정술을 받았다.
사지연장술과 변형교정술은 고난도 수술로, 안전한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의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등 대학병원 교수로 11년간 재직한 이동훈 대표원장은 2018년 사지연장·변형교정술 전문병원을 개원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원장은 "사지연장술·변형교정술은 한 가지 방식이 정답인 수술이 아니다"며 "의사가 익숙한 방식에 환자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벅지 '내고정', 종아리 '외고정'으로
'키를 늘리는 수술'로 잘 알려진 사지연장술은 외상이나 선천적 질환으로 인해 팔다리 길이 차이가 나는 하지부동이나 상지부동, 또는 뼈 결손 등을 재건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질환 유병률이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미용 목적으로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위험한 수술로 인식됐지만, 기술 발전과 인식 변화로 점차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에서는 연간 약 300건의 사지연장술이 시행된다.
수술은 부위에 따라 허벅지 연장과 종아리 연장으로 나뉜다. 종아리가 짧거나 변형이 있는 경우 교정을 겸해 종아리를 선택할 수 있고, 수술 후에도 격렬한 스포츠까지 온전히 하고 싶다면 허벅지가 더 적합하다. 6~7㎝ 이상 연장이 필요할 땐 허벅지와 종아리를 나눠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 만족도를 높이려면 보행 패턴과 체형 정렬,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부위별로 사용하는 장치도 다르다. 허벅지에는 '프리사이스'와 같은 내고정을, 종아리에는 외부 장치를 통해 길이를 늘리는 외고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 원장은 내·외고정 장치를 모두 구사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프리사이스 수술을 성공한 의사로 지난해 12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동훈 원장은 "허벅지는 근육이 많아 외고정을 하면 감염이나 관절 제한, 흉터 위험이 커진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미 내고정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종아리는 뼈가 단단해지는 속도가 느리고, 양측 연장 시 체중 부하 제한이 길어질 수 있어 오히려 외고정 방식이 유리한 경우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무리한 연장, 합병증 위험 "장기적 안전 최우선"
사지연장술은 흔히 '인생을 바꾸는 수술'로 불린다. 이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이동훈 원장은 "결과가 좋으면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지만, 합병증이 생기면 인생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수술"이라며 "실제로 수술 후 극도로 낮았던 자신감을 되찾는 환자가 있는 반면, 무리한 연장이나 잘못된 수술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상담 과정에서 환자와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가령 환자가 6㎝ 연장을 원하다가 점점 목표치를 높여도, 실제 연장 길이는 환자의 뼈 상태와 재활 경과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관절 가동 범위나 근력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 연장은 허용하기 어렵고, 한 부위에 과도한 연장 또한 장기적인 문제를 남길 수 있어 가능한 한 만류한다.
수술을 아예 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권유로 왔지만 본인은 큰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 경우,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있거나 뼈 상태·만성 질환 등으로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 등이다. 이 원장은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장기적인 안전"이라며 "연장은 숫자가 아니라 몸의 반응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수술하고 관리하면 합병증은 드물지만 뼈가 붙지 않는 불유합, 신경 마비와 손상, 다리 변형, 심부 감염, 관절 구축, 골수염 등이 보고된다. 이 원장은 해외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수술법을 교육할 때도 "원칙만 잘 지켜도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며 화려한 기술이 아닌 안전을 위한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재활, 수술만큼 중요… 최소 6개월 이상 진행
사지연장술은 재활이 수술만큼이나 중시된다. 수술 2~3일 후부터는 걷는 연습을 시작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연장이 끝난 뒤 늘어난 뼈 사이에 생긴 가골이 단단한 뼈로 변하는 '골경화'가 진행되는데, 특히 이 시기에는 새로운 뼈의 안정성과 강도를 잘 확인하고 일상 복귀를 위한 재활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활의 핵심은 일상 활동에 필요한 근력과 스트레칭 능력을 빠르고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재활은 환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지만, 의료진의 개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에서는 15년 이상 함께해온 재활팀이 수술 전후 전 과정을 관리하며, 환자별 회복 속도와 관절 가동 범위를 수술 데이터와 연동해 점검한다. 재활을 별도의 과정으로 두지 않고 치료의 일부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병원 설계 또한 재활 인프라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수중 재활 수영장은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 근력 강화와 스트레칭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고, 무엇보다 걷지 못하던 환자가 다시 일어서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시간 체중 부하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체중 부하 모니터링 시스템'도 자체 제작했다. 내고정 장치는 체중 부하를 단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환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으면 훨씬 안전하다.
이동훈 원장은 "수술이 아무리 잘돼도 재활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재활을 환자에게만 맡겨버리면 성공 확률이 크게 떨어지므로, 의료진이 재활까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지연장술은 결코 가볍게 결정할 수 없는 수술인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누구에게 몸을 맡길 것인지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지연장술은 뼈를 절골한 뒤, 기계적인 장치를 통해 천천히 벌려주면 그 사이에 새 뼈가 자라는 원리를 이용한다. 뼈는 스스로 자라나는 능력이 있어, 하루에 약 1㎜씩 늘리면 근육과 혈관도 함께 적응하면서 길이가 늘어난다.
뼈의 길이를 수술로 늘린다는 개념은 1905년 이탈리아 의사 코드빌라가 처음 제시했다. 이후 1980년대 러시아의 일리자로프가 체계적인 이론과 장치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이나 사고 후 다리 변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초기 사지연장술은 다리 바깥에 자전거 휠 같은 같은 장치를 달아 뼈를 늘리는 '외고정'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핀 감염, 흉터, 불편한 일상생활 등의 한계가 있었다. 20년 사이 가장 큰 혁신은 뼈 안에 장치를 넣는 '내고정 사지연장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사이스' 장치다. 뼈 속에 삽입한 금속 막대가 외부에서 자기장을 받으면 정밀하게 늘어나면서 뼈 길이를 키운다. 겉으로 보이는 장치가 없어 통증과 불편을 크게 줄였다.
외고정 장치에서는 '헥사포드 시스템'이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길이, 각도, 회전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어 변형 교정의 정확도와 편의성을 크게 높인다. 환자 상태에 따라 내고정과 외고정을 선택하거나 병행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술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