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명의]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

'무지외반증', 통증·부종·굳은살 유발… 보행에도 영향
2~3㎜ 구멍 통해 수술… 흉터 적고 회복 기간 빨라
"재발 막으려면 재활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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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병원장은 “발 건강은 전신 건강의 출발점”이라며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함께’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정하림 헬스조선 객원기자
정형외과는 척추나 무릎을 보는 곳이 많다. 그런데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은 족부(발)만 돌보는 의사다. 지금까지 4만건 이상의 족부 수술을 집도했으며, 특히 그 중 무지외반증 수술만 3만건 넘게 시행했다. 그는 교정 절골술부터 최소 침습 수술까지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법을 선택·시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 시간을 줄이고, 환자는 보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박의현 원장은 "무지외반증은 정확한 진단을 거쳐 수술뿐 아니라 비수술 치료까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지외반증 환자 약 60%는 어머니가 무지외반증을 가지고 있다. 환경적 요인은 생활 습관과 신발을 꼽을 수 있다. 여성 무지외반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엄지발가락 뼈를 변형시킬 수 있는 하이힐이나 좁은 앞코 구두를 신는 경우가 많아서다."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

"초기엔 스트레칭이나 보조기 착용 등 비수술적 방법을 고려하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교정절골술이 필요하다. 최근엔 기존 교정절골술과 함께 최소 침습 수술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발가락에 2~3㎜ 크기의 구멍을 낸 후, 수술 기구를 넣어 뼈에 실금을 내고 돌출된 뼈를 안으로 밀어 넣은 뒤 고정하는 식이다. 수술은 의료진이 실시간 엑스레이 투시장치를 보면서 수술을 진행하는데, 이 영상 유도 시스템이 뼈의 절골선, 절골된 뼈 조각의 위치, 고정 나사의 삽입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숙련된 의사는 영상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해석하고 절골-교정-고정을 물 흐르듯 연결해 20~30분 만에 수술 전체 과정을 끝낸다."

모든 환자가 최소 침습 수술을 선호할 것 같은데?

"최소 침습 수술은 기본적으로 흉터가 작고, 수술 시야 확보를 위해 연부 조직을 분리할 필요가 없어 회복이 빠르다. 다만, 난도가 높은 수술인 만큼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달라질 수 있다. 해부학적 지식과 수술 경험이 부족하면 재발·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중증도 이상의 환자에게 교정절골술이 더 적합하다."

그간 시행한 수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재수술을 받고도 통증이 해결되지 않았던 60대 여성이 있었다. 중족골 회전 변형과 제1·2중족골 불균형이 심한 데다, 이전 수술에서 절골이 과하게 이뤄져 중족골 길이가 짧아진 상태였다.

단순 교정 수술로는 해결이 어려워 제1중족골 길이 재건과 회전 교정 절골을 동시에 적용했다. 또 중족골간 길이가 달라 앞발에 압통이 생겼기 때문에 변형 교정보다는 '압력 재분배'를 우선 목표로 잡았다. 각도 교정을 조금 덜 하는 대신, 조기 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수술 3개월 뒤 환자가 '이제야 제대로 걷는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환자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한 사례기도 하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질환에 대한 정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의료정보와 그 정보를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존 방식의 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는 수술법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의사의 경험, 특히 족부전문의의 진단을 신뢰해줬으면 한다."

[족부 명의는 '맨발 걷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발 건강에 맨발 걷기는 아주 좋다. 맨발로 걸으면 발의 여러 근육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발 주변 근육 운동량이 더욱 커져서 운동화를 신을 때보다 운동 효과가 높다.

다만, 아쉽게도 중등도 이상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맨발 걷기를 하면 오히려 병이 악화할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지기에 발 양 끝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자세가 틀어지면서 척추에 무리가 가해진다.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받치지 못하고 발의 바깥쪽 부분으로 걸으면 발목에도 무리한 힘이 가해져 넘어지거나 발목 관절이 상할 수도 있다.

맨발 걷기를 즐기고 싶다면 먼저 건강한 발부터 만들자. 엄지발가락이 형태적·기능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걸음과 운동이 가능하다. 무지외반증 외에도 지간신경종, 족저근막염이 있다면 맨발 걷기 전 정형외과 족부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