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복용 중인 50대 남성 A씨는 약국에 들렀다가 동물용 의약품 코너에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들어간 약을 발견했다. 가격은 인체용 의약품보다 저렴했고, 처방전도 필요 없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확인할까 조마조마했지만, A씨는 별다른 제지없이 그 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면서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도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354곳에 불과했던 동물용 의약품 취급 약국은 17일 기준 1만 3000여 곳으로 늘었다.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동물약을 사람이 오남용할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방 없이도 마취제·항생제 구입 가능
기자가 서울·수도권 일대 7개 약국을 직접 방문해 봤다. 여섯 곳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약국 규모에 따라 취급 품목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형 약국에서는 A씨가 구매한 것과 같은 '실리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약사는 "강아지 심부전 치료제"라고만 설명했다. 수의사 처방전이나 반려동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가격은 10정에 3만 원이었다. 실리정은 '개의 폐동맥 고혈압에 의한 심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동물용 의약품으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포함돼 있다. 실리정 1정에는 실데나필 100㎎이 들어 있는데, 이는 비아그라 최대 용량 제품 함량과 동일하다. 비아그라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반면, 실리정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가격 차이도 크다. 실데나필 성분의 인체용 의약품인 한미약품 '팔팔정'은 처방 비용을 포함하면 통상 6~9만 원이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람이 먹어도 되냐", "실리정을 파는 약국이 어디냐"는 질문과 함께 처방 없이 구매했다는 후기 글도 다수 올라와 있다.
문제는 실리정만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약국에서는 전문의약품 항균 크림인 '실마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대형 약국에서는 각종 주사제와 수액도 취급하고 있었고, 블로그 등을 통해 품목 목록을 공개하며 주문 가능하다고 안내한 곳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약국에서 마약류 지정 여부 논의를 하고 있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방 대상인데 약국에선 예외… 오남용 문제 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면서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도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354곳에 불과했던 동물용 의약품 취급 약국은 17일 기준 1만 3000여 곳으로 늘었다.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동물약을 사람이 오남용할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방 없이도 마취제·항생제 구입 가능
기자가 서울·수도권 일대 7개 약국을 직접 방문해 봤다. 여섯 곳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약국 규모에 따라 취급 품목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형 약국에서는 A씨가 구매한 것과 같은 '실리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약사는 "강아지 심부전 치료제"라고만 설명했다. 수의사 처방전이나 반려동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가격은 10정에 3만 원이었다. 실리정은 '개의 폐동맥 고혈압에 의한 심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동물용 의약품으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포함돼 있다. 실리정 1정에는 실데나필 100㎎이 들어 있는데, 이는 비아그라 최대 용량 제품 함량과 동일하다. 비아그라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반면, 실리정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가격 차이도 크다. 실데나필 성분의 인체용 의약품인 한미약품 '팔팔정'은 처방 비용을 포함하면 통상 6~9만 원이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람이 먹어도 되냐", "실리정을 파는 약국이 어디냐"는 질문과 함께 처방 없이 구매했다는 후기 글도 다수 올라와 있다.
문제는 실리정만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약국에서는 전문의약품 항균 크림인 '실마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대형 약국에서는 각종 주사제와 수액도 취급하고 있었고, 블로그 등을 통해 품목 목록을 공개하며 주문 가능하다고 안내한 곳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약국에서 마약류 지정 여부 논의를 하고 있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방 대상인데 약국에선 예외… 오남용 문제 커
인체용 의약품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뉘듯, 동물용 의약품도 오남용 우려가 큰 것은 '수의사 처방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실리정, 일부 주사제, 수액 모두 실은 수의사 처방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럼에도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약사법 예외 조항' 때문이다. 약사법 제85조 7항은 약국 개설자가 주사용 항생물질제제 등을 제외한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수의사법상 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자가 주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정작 약국에서는 주사제와 수액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모순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동물용 의약품을 사람이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다. 지샘병원 조영규 일반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동물에게 허용되지만 사람에게 허가되지 않은 약물은 인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인체용 의약품도 의사 처방 없이 용량이나 투여 주기를 임의로 조절하면 중독이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성분 자체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은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오남용으로 인체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일차적 책임은 구매·투여한 '당사자'에게 있다. 약사가 사람 사용 목적을 알면서도 판매하거나 오남용을 유도하는 설명을 했다면 공동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약국에서 매번 용도를 확인하기 어렵고, 구매자가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가 오남용 위험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사회 "의약분업" vs. 수의사회 "예외 조항 개정"
해결책을 두고 직역 간 입장은 엇갈린다. 대한약사회는 수의사가 처방을,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를 맡는 '동물약 의약분업'이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강병구 대외협력본부장은 "처방전을 기반으로 조제하면 진료와 투약 기능이 분리돼 관리가 명확해진다"며 "약사법상 의약품에는 사람용과 동물용이 모두 포함되고, 약대 교육과 국가고시에도 동물약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동물약의 인체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가 더 현실적"이라고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약사법 제85조의 예외 조항 개정을 주장한다. 수의사회는 "마취제·호르몬제·항생제 등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약국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국민 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수의대에서는 수의 약리학을 필수로 배우는 데 반해, 약대의 동물약 교육은 제한적이라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대한약사회의 '동물약 의약분업'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는 "사람 의료처럼 약사만 조제하는 완전한 형태의 동물약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된 문제지만, 정부에서는 아직 명확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발언으로 해당 문제가 재점화됐다. 남인순 의원은 "약국에서는 동물 존재 여부 확인 없이 동물약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지적에 대한 응답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동물용 의약품의 약국 판매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본지 취재 결과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약사법 개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조율하는 단계"라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을 발표할 만큼 논의가 진전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약사법 예외 조항' 때문이다. 약사법 제85조 7항은 약국 개설자가 주사용 항생물질제제 등을 제외한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수의사법상 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자가 주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정작 약국에서는 주사제와 수액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모순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동물용 의약품을 사람이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다. 지샘병원 조영규 일반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동물에게 허용되지만 사람에게 허가되지 않은 약물은 인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인체용 의약품도 의사 처방 없이 용량이나 투여 주기를 임의로 조절하면 중독이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성분 자체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은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오남용으로 인체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일차적 책임은 구매·투여한 '당사자'에게 있다. 약사가 사람 사용 목적을 알면서도 판매하거나 오남용을 유도하는 설명을 했다면 공동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약국에서 매번 용도를 확인하기 어렵고, 구매자가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가 오남용 위험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사회 "의약분업" vs. 수의사회 "예외 조항 개정"
해결책을 두고 직역 간 입장은 엇갈린다. 대한약사회는 수의사가 처방을,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를 맡는 '동물약 의약분업'이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강병구 대외협력본부장은 "처방전을 기반으로 조제하면 진료와 투약 기능이 분리돼 관리가 명확해진다"며 "약사법상 의약품에는 사람용과 동물용이 모두 포함되고, 약대 교육과 국가고시에도 동물약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동물약의 인체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가 더 현실적"이라고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약사법 제85조의 예외 조항 개정을 주장한다. 수의사회는 "마취제·호르몬제·항생제 등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약국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국민 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수의대에서는 수의 약리학을 필수로 배우는 데 반해, 약대의 동물약 교육은 제한적이라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대한약사회의 '동물약 의약분업'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는 "사람 의료처럼 약사만 조제하는 완전한 형태의 동물약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된 문제지만, 정부에서는 아직 명확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발언으로 해당 문제가 재점화됐다. 남인순 의원은 "약국에서는 동물 존재 여부 확인 없이 동물약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지적에 대한 응답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동물용 의약품의 약국 판매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본지 취재 결과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약사법 개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조율하는 단계"라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을 발표할 만큼 논의가 진전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