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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부부나 연인 관계에 인공지능(AI)을 제3의 존재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디지털 스리섬(digital threesome)'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영국에서 부부나 연인 관계에 인공지능(AI)을 제3의 존재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디지털 스리섬(digital threesome)'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성생활과 연애 활동을 개선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의 성인용품 기업 러브허니가 최근 공개한 '2026 성 트렌드 보고서'에서 영국인의 15%가 AI를 통해 성 관련 조언을 받고 있으며, 추가로 10%는 향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는 AI를 연애 코치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맨틱한 상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브허니는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AI라는 새로운 디지털 요소가 연인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AI가 인간의 연애 관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활용이 특히 두드러진 분야는 성 상담과 연애 조언이었다. 조사 결과 Z세대의 25%, 밀레니얼 세대의 26%가 AI에 성 관련 고민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두 연령대 모두 추가로 14%는 사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남성의 이용률이 높아 Z세대 남성의 30%, 밀레니얼 남성의 34%가 AI를 성 상담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질문 내용으로는 성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이 가장 많았다. AI에 성 조언을 구하는 비율은 52%로, 친구에게 묻는 경우(32%)는 물론 파트너에게 직접 묻는 비율(22%)보다도 높았다. 성에 대한 대화가 여전히 금기시되는 문화 속에서, AI가 부담 없는 익명 상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는 성 상담을 넘어 연애 코치 역할로도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문자 메시지 하나를 두고 친구들과 고민했다면, 이제는 AI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청해 상대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답변 문구를 추천받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특히 AI를 가상 연인으로 삼는 유형을 가장 우려되는 사례로 지목했다. 조사 결과 젊은 남성 3명 중 1명은 AI를 연인처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AI 여자 친구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는 이상적인 외모와 성격을 설정한 뒤 채팅, 음성 메시지, 영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관계를 이어간다. 실제로 10대의 53%가 현실보다 가상 세계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러브허니는 "실제 연애에 대한 흥미와 신뢰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AI 동반자에 대한 의존이 커질 경우, 친밀감에 대한 인식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왜곡될 수 있다"며 "규제가 미비한 상태에서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성과 연애 관련 욕구를 AI에 의존해 해소하는 행위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 학술지 '사회와 개인 관계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애정·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감이 높고 삶의 만족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