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은 손님의 신용카드로 530만 원을 결제한 유흥 주점 업주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손님은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사망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유기치사,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A씨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선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작년 6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 주점에서 손님 B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총 530만 원을 결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씨는 술을 과도하게 마신 상태에서 주점 안에서 구토했고, 이후 의식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쓰러지자 119에 신고했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알코올중독으로 끝내 숨졌다.
검찰은 A씨가 만취한 손님을 적절히 보호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고 구토 후 기력이 쇠진해 잠에 든 것이 아니라,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있었음을 알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신의 사업 운영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피해자가 사망하게끔 유기할 이유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급성알코올중독은 짧은 시간 내 몸이 분해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는 술을 섭취해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의식 혼미, 보행 장애, 이상 행동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음주 전·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증상도 흔하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4%를 넘으면 호흡곤란,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준 0.08%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구토를 할 경우 기도가 막혀 질식사할 위험도 있다. 질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고 호흡이 느려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알코올중독 발생 위험은 개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 성별, 체중, 기저 질환, 컨디션, 식사 여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적을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빨리 높아지며, 여성은 남성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알코올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체내 수분량이 감소해 알코올의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젊은 연령층에서도 심각한 심장마비나 호흡 저하 등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알코올중독을 예방하려면 ▲적정 주량을 알고 음주하기 ▲단시간에 과도한 음주 피하기 ▲만취 상태에서 구토 시 기도 막힘 주의하기 등이 중요하다. 커피나 비타민 섭취로 술이 빨리 깬다는 민간요법은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알코올 해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회 평균 음주량은 소주 기준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이고,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 비율은 1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2023년 기준 연간 4823명으로, 하루 평균 13명 이상이 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