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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 받는 혈액의 나이가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혈받는 혈액의 나이가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알츠하이머가 뇌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혈액을 통한 전신 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와 칠레 가톨릭대의 공동 연구진은 혈액의 나이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유전자 변형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30주 동안 매주 '젊은 쥐'의 혈액을, 다른 한 집단대조군에는 '늙은 쥐'의 혈액을 각각 주입해 그 변화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늙은 피를 수혈 받은 쥐는 기억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뇌 내 베타-아밀로이드 축적량이 늘어난 반면, 젊은 피를 공급받은 쥐는 이러한 퇴행적 변화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젊은 피 수혈이 곧 치매 예방"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연구팀은 혈액 내의 특정 성분들이 뇌의 상태를 결정하는 '신호 전달자'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노화된 혈액에는 뇌세포에 손상을 주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가득해 뇌의 환경을 악화한다. 반면, 젊은 혈액에는 혈관 재생을 돕는 GDF11과 뇌 속 쓰레기를 청소하는 클러스틴 같은 보호 인자가 풍부하다. 연구팀은 연구의 핵심은 직접적인 수혈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혈액 속에서 발견된 성분 중에 뇌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성분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유해 물질을 걸러내고 유익한 성분을 보충하는 방식이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 난징대 연구진도 젊은 쥐의 혈액에서 추출한 '반(反)노화 물질'을 노령 쥐에게 주입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약 7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 실험 대상 쥐들의 평균 수명은 일반적인 쥐보다 약 22.7% 늘어났으며 근육과 심장, 뼈 등의 노화 속도 역시 현저히 늦춰진 것으로 관찰됐다.

이러한 과학적 가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회춘하기 위해 17세 아들의 피를 수혈 받았다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국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 또한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불순물을 걸러낸 뒤 다시 주입하는 혈액 세척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다만, 이러한 시술들이 실제 인체의 노화를 되돌리거나 질병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며, 임상적 효능 또한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