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시대, 치료의 전환②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는 76만 명에 육박한다. 불면증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수면 문제로, 그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유지가 어렵거나, 새벽에 일찍 깨어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증상이 1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간 지속될 경우 ‘만성 불면장애’로 분류되며, 단순한 수면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면 질환으로 본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면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치료 접근 방식 또한 발전하고 있다.
◇‘진정’에서 ‘각성 억제’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
만성 불면장애의 1차 치료는 비약물적인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다. 이는 잘못된 수면 습관을 교정하고, 수면환경의 개선 및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을 바로잡으며, 불면을 겪으면서 발생한 불면을 지속시키는 행동들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둔다. 급성 불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하기 어렵거나, 인지행동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흡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불면증 약물치료의 초점은 기존의 ‘진정’ 중심에서 벗어나 ‘각성을 억제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크게 네 가지 계열로 구분된다.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작용제(GABA)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졸피뎀 등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작용제로, 뇌의 주요한 억제성 신경전달체계인 GABA-A 수용체 에 작용해 신경 흥분을 억제함으로써 진정 및 수면 유도 효과를 낸다. 오랜 기간 유용하게 쓰여 온 불면증 치료제이나, 서파 수면과 렘 수면을 줄이는 등 수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부환자에서 수면 이상 행동 유발, 내성 및 반동성 불면, 장기복용 시 의존성 등이 있다. 작용 시간이 짧은 벤조디아제핀은 효과가 빠른 반면 작용시간이 짧아 반동성 불면이 생기기 쉽고, 작용시간이 긴 벤조디아제핀은 인지기능 저하, 낮 시간 졸음, 낙상, 두통의 부작용 및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역시 장기 복용 시 의존성이 있어, 치료의 지속성과 안전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각성 신호 조절하는 DORA 계열 치료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불면증 치료제가 ‘각성’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이다. 이 치료제는 뇌의 각성, 각성 유지, 에너지 대사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 1형 및 오렉신 2형 수용체에 이중으로 작용한다. 불면증 환자는 과각성상태를 가지는데 DORA 계열 치료제는 이러한 과각성 상태를 억제해 자연스러운 수면유도와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김지현 교수는 “DORA 계열 치료제는 진정 작용을 통해 단순히 졸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정도를 조절해 각성을 낮추는 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전의 특성 상 수면과 각성에 관련된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서파 수면과 렘 수면 등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인지 기능 저하나 낮 시간 졸음 등의 부작용 및 의존성이 GABA 계열 치료제보다 낮은 것으로 임상연구에서 확인됐다. 다만, 드물게 이상한 꿈(악몽), 두통과 같은 경미한 부작용에 더해 흔하지는 않지만 가위눌림, 기면병 환자에서 보이는 탈력 발작이 있을 수 있다.
◇해외 가이드라인 DORA 권고, 국내선 허가 제품 없어
DORA 계열 치료제가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면서, 해외 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도 변화하는 추세다. 2017 미국수면학회(AASM) 가이드라인에서 DORA 계열 치료제를 수면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 불면증 성인 환자에서 사용을 권고했고, 2023 유럽수면연구학회(ESRS) 가이드라인에서도 DORA 계열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장기 사용하는 것을 A등급으로 권고하며, 반동 및 금단 증상 없이 효과가 지속되고 부작용 위험이 위약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DORA 계열 치료제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허가돼 사용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된 제품이 없다.
김지현 교수는 “불면증은 수면 부족과는 다른 문제로 주간 기능을 저해하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 및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수면위생을 교정하고 규칙적인 수면 스케줄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불면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증상뿐 아니라 이전 치료 반응, 동반질환, 부작용, 환자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정’에서 ‘각성 억제’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
만성 불면장애의 1차 치료는 비약물적인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다. 이는 잘못된 수면 습관을 교정하고, 수면환경의 개선 및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을 바로잡으며, 불면을 겪으면서 발생한 불면을 지속시키는 행동들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둔다. 급성 불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하기 어렵거나, 인지행동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흡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불면증 약물치료의 초점은 기존의 ‘진정’ 중심에서 벗어나 ‘각성을 억제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크게 네 가지 계열로 구분된다.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작용제(GABA)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졸피뎀 등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작용제로, 뇌의 주요한 억제성 신경전달체계인 GABA-A 수용체 에 작용해 신경 흥분을 억제함으로써 진정 및 수면 유도 효과를 낸다. 오랜 기간 유용하게 쓰여 온 불면증 치료제이나, 서파 수면과 렘 수면을 줄이는 등 수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부환자에서 수면 이상 행동 유발, 내성 및 반동성 불면, 장기복용 시 의존성 등이 있다. 작용 시간이 짧은 벤조디아제핀은 효과가 빠른 반면 작용시간이 짧아 반동성 불면이 생기기 쉽고, 작용시간이 긴 벤조디아제핀은 인지기능 저하, 낮 시간 졸음, 낙상, 두통의 부작용 및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역시 장기 복용 시 의존성이 있어, 치료의 지속성과 안전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각성 신호 조절하는 DORA 계열 치료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불면증 치료제가 ‘각성’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이다. 이 치료제는 뇌의 각성, 각성 유지, 에너지 대사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 1형 및 오렉신 2형 수용체에 이중으로 작용한다. 불면증 환자는 과각성상태를 가지는데 DORA 계열 치료제는 이러한 과각성 상태를 억제해 자연스러운 수면유도와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김지현 교수는 “DORA 계열 치료제는 진정 작용을 통해 단순히 졸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정도를 조절해 각성을 낮추는 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전의 특성 상 수면과 각성에 관련된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서파 수면과 렘 수면 등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인지 기능 저하나 낮 시간 졸음 등의 부작용 및 의존성이 GABA 계열 치료제보다 낮은 것으로 임상연구에서 확인됐다. 다만, 드물게 이상한 꿈(악몽), 두통과 같은 경미한 부작용에 더해 흔하지는 않지만 가위눌림, 기면병 환자에서 보이는 탈력 발작이 있을 수 있다.
◇해외 가이드라인 DORA 권고, 국내선 허가 제품 없어
DORA 계열 치료제가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면서, 해외 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도 변화하는 추세다. 2017 미국수면학회(AASM) 가이드라인에서 DORA 계열 치료제를 수면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 불면증 성인 환자에서 사용을 권고했고, 2023 유럽수면연구학회(ESRS) 가이드라인에서도 DORA 계열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장기 사용하는 것을 A등급으로 권고하며, 반동 및 금단 증상 없이 효과가 지속되고 부작용 위험이 위약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DORA 계열 치료제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허가돼 사용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된 제품이 없다.
김지현 교수는 “불면증은 수면 부족과는 다른 문제로 주간 기능을 저해하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 및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수면위생을 교정하고 규칙적인 수면 스케줄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불면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증상뿐 아니라 이전 치료 반응, 동반질환, 부작용, 환자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