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속 ‘황화수소’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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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수소가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귀는 소화 과정에서 생긴 가스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이때 배출되는 가스에는 소량의 황화수소가 포함돼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만든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이 황화수소가 극미량으로 작용할 경우 뇌 기능을 포함한 신체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모사한 유전자 변형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쥐에게 체내에서 황화수소를 서서히 방출하는 화합물인 ‘NaGYY’를 투여한 뒤, 12주간 행동과 인지 기능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황화수소 방출 화합물을 투여받은 쥐는 대조군에 비해 기억력과 운동 기능이 5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황화수소가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뇌세포 간 신호 전달을 돕고, 신경 기능 유지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황화수소를 조절된 방식으로 투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의 행동적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동물 실험 단계의 결과로, 연구팀은 실제로 사람이 방귀 냄새를 맡을 경우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화수소의 생리적 역할에 주목한 연구는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 엑세터대 매튜 와이먼 박사 연구팀은 황화수소가 세포 내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호해 심장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심장마비와 같은 허혈 상황에서 황화수소 방출 화합물을 사용하면 심장 조직 손상이 감소하고 세포 생존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 미국 앨라배마대, 중국 상하이교통대 공동 연구팀은 황화수소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황화수소는 면역 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의 생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염증성 장 질환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등 만성 염증 질환 치료 연구에서도 황화수소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은 황화수소가 고농도에서는 동성을 지닌 물질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실제로 황화수소는 저농도에서는 세포 보호와 생리 기능 조절에 관여할 수 있지만, 고농도에서는 폐 손상, 신경 마비, 질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황화수소의 효능을 치료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로, 일상적인 노출이나 냄새 흡입을 건강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