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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포도나무병원 정진영 원장
겨울이 되면 기온이 낮아지는 것과 동시에 뇌졸중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이나 혈관 수축으로 인해 어지럼, 마비, 언어 장애 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뇌졸중이 더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 몸이 ‘추위’와 ‘생체 리듬’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겨울철 뇌졸중 위험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주의할 점을 알고 있는지는 50대 이후 건강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뇌혈관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계절에 맞는 예방이 필요하다.

■겨울철 날씨가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이유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자동으로 수축하고, 이 과정에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특히 새벽과 아침은 원래 혈압이 오르는 생체적 리듬을 가지고 있는 시간대다. 이때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압 상승 폭은 더욱 커지고 뇌혈관이 받는 부담도 커진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기저 질환이 있다면 이러한 혈압 변동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져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겨울은 혈관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계절이며, 작은 자극에도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류가 막힐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외로 위험할 수 있는 겨울철 생활 습관
겨울철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는 새벽 운동이다. 이 시간대는 혈압이 자연스럽게 높은데, 여기에 찬 공기 노출까지 겹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해 위험성이 커진다. 준비 운동 없이 바로 강도를 높여 운동하는 행동은 특히 피해야 한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샤워 습관이다. 흔히 냉수마찰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씻는 경우가 많은데, 찬물 샤워나 냉·온탕을 반복하는 것은 혈관을 빠르게 수축·확장시키며 혈압을 크게 흔들 수 있다. 50대 이후에는 혈관 탄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러한 온도 변화가 뇌혈관 파열이나 혈관 막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감소해 체중이 늘기 쉽고,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서 수분 섭취가 줄어들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은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뇌졸중의 초기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곧바로 회복된다고 해도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일부 환자들은 수 분 내에 증상이 사라지는 ‘미니 뇌졸중(일과성 허혈 발작)’을 경험한다. 이는 이후 실제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전조 신호다. 대한뇌졸중학회는 FAST 캠페인을 통해 주요 증상을 쉽게 기억하도록 안내한다.


Face(얼굴):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비대칭
Arm(팔): 한쪽 팔이 들리지 않거나 힘이 빠짐
Speech(말): 말이 어눌해지거나 단어가 잘 나오지 않음
Time(시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

특히 겨울처럼 혈압 변동이 큰 계절에는 미세한 신호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피곤해서 그렇겠지”라고 넘기기보다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 뇌혈관을 지키기 위한 핵심 원칙
겨울철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을 10mmHg만 낮춰도 뇌졸중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고혈압 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규칙적인 약물 복용, 염분 섭취 줄이기, 체중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수면이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검진 역시 중요하다. 50대 이후라면 경동맥 초음파로 혈관 내 동맥경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뇌 MRI·MRA 검사는 뇌동맥류나 혈관 협착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고혈압·고지혈증·흡연력·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대 후반부터 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이 칼럼은 참포도나무병원 정진영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