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화상, 치매, 암, 심장·뇌혈관 질환 등과 같이 중증이거나 난치성으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 산정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비에서 본인부담금을 5~10% 수준으로 낮춰주는 정책으로, 중증난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산정특례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유한한 재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적이고 정밀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의 확진 요건의 불균형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새로 지정된 산정특례 질환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의의 확진이 있어야 제도가 적용되지만, 기존 산정특례 질환은 여전히 일반의나 타과 전문의도 산정특례 개시와 연장(재등록)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중증난치 질환에서 비전문가의 개시나 연장이 허용되는 비효율적 구조이며, 결과적으로 한정된 재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산정특례 개시 권한을 각 질환의 전문의, 즉 전문가에게만 부여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이다. 과거 어떤 질환이 새롭게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되면, 이후 발생률과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시 권한을 해당 질환 전문의에게만 부여하면 이런 불필요한 등록을 방지하고, 재원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혜택의 균형 회복이다. 현재 일부 환자들은 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정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혈청검사 양성 환자만 등록이 가능하며, 혈청 음성인 환자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았더라도 등록이 불가능하다. 전문가에게만 산정특례 여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고, 불필요한 등록이 줄어들면서 확보한 재원을 이런 환자들에게 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재원 운용의 유연성 확보다. 류마티스 질환 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관해다. 즉 약물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질병 활성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전문가가 질병의 활성도를 면밀히 평가해 관해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산정특례를 중단하고, 재활성화 시 다시 개시하도록 조정한다면 재원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중복 혜택의 방지다. 요즘은 많은 환자들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다. 특히 류마티스 질환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특성상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산정특례를 개시하거나 연장할 경우 해당 질환과 무관한 증상까지 산정특례혜택을 받을 위험이 있다.

이러한 여러 이점을 종합해 볼 때, 산정특례 혜택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정특례의 개시와 연장 권한을 해당 질환의 전문의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의 경우, 여전히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도 산정특례 개시와 연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앞으로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되는 질환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지 류마티스 질환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모든 질환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가 산정특례와 관련한 권한을 갖는 것이 제도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