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레이저 제모는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부위도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거나 경험해 본 흔한 시술이 됐다. 특히 남성의 수염 제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한 피부과 조사에서 2018년 남성 수염 레이저 제모가 전체 제모 시술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인의 피부 상태나 레이저 강도에 따라 물집, 화상, 흉터, 색소 침착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레이저 제모 후 화상을 입은 30대 남성 A씨의 의료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A씨는 지난 2022년 얼굴(인중·아래턱) 레이저 제모를 위해 B병원을 찾았고, 이후 1·2·3차 시술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약 13개월 뒤 받은 4차 시술이었다. 시술 직후 얼굴에 붉고 노랗게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나 연고 처방을 받았다. 4일 뒤에는 인중 두 곳과 턱 한 곳에 두꺼운 딱지가 생겼다. B병원을 다시 찾아 재생 레이저와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약 10개월 뒤 다른 병원에서 해당 부위가 켈로이드(비대성 흉터)로 진단됐다. A씨는 부적절한 시술과 사후 관리 부족으로 흉터가 발생했다며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병원 "강도 낮췄고, 충분한 조치 시행" vs 감정 결과 "적극적으로 처치했어야"
B병원은 "4차 시술 강도를 이전보다 낮게 했고, 냉찜질과 소독 등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후 다섯 차례 치료로 상태가 상당히 호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중재원 감정위원회는 "1~4차 시술 기록을 검토한 결과 시술 자체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4차 시술 당시 화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술 직후 '붉고 노랗게 올라옴', '제모 후 화상' 등의 기록이 있는 만큼, B병원이 화상 여부를 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초기에 충분한 냉각과 감염 예방·소독 등의 처치를 했어야 한다고 봤다. 화상은 초기에 대응할수록 흉터를 줄일 수 있는데, A씨의 경우 치료 시작이 늦어져 인중과 입 주변에 흉터가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조정위원회는 B병원이 A씨에게 65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양측 합의를 권고했고, 양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됐다.
◇레이저 제모, 부작용 발생하면 즉시 병원 방문해야
레이저 제모는 레이저 빛이 털의 색소(멜라닌)와 모근을 가열해 털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성장기 털에서는 모낭이 파괴되어 영구에 가까운 제모 효과가 나타나지만, 퇴행기·휴지기 털은 효과가 작아 여러 번 시술해야 한다. 보통 4~7주 간격으로 5~10회 정도 시술해야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는다.
레이저 제모는 비교적 간편한 시술이지만, 털의 굵기와 밀도, 피부톤에 따라 레이저 강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남성 수염은 털이 굵고 밀도가 높아 레이저 강도를 강하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강도가 너무 낮으면 제모 효과가 약하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물집·부종·화상 등이 생길 수 있다.
제모 전에는 최소 4주간 털을 뽑지 말아야 하며, 면도를 하더라도 1~1.5mm 정도 털 길이를 남겨 레이저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시술 후에는 햇볕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색소 침착을 예방해야 하며, 물집이나 강한 붉어짐 같은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레이저 제모는 여러 차례 시술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 시술인 만큼 병원 선택과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부작용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료를 받아 흉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