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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스페인에서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스페인에서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고위험 전염병인 만큼 정부는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제한에 나섰다.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확인된 이후 확진 사례가 이날 기준 총 13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 ASF 발병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ASF 확산 조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중국은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사육·도축한 돼지고기의 수입을 제한했고, 일본과 멕시코는 스페인 전역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 정부도 이달부터 스페인 내 발병 지역의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ASF 확진 사례가 나와 농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충남 당진시 한 돼지 농장에서 ASF가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경기 연천군 이후 두 달 만에 나온 확진 사례로, 올해 여섯 번째다.


특히 지금까지 발생한 5건이 모두 경기 북부에 집중돼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 최대 돼지 사육 지역인 충남에서 발생해 전국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발생으로 살처분되는 돼지는 1423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1194만 7000마리)의 0.01% 수준이다.

ASF는 사람이 아닌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의 눈물·침 등 분비물이나 호흡기 전파를 통해 확산되며, 돼지의 피를 빠는 물렁진드기가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오염된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가공품을 건강한 돼지가 사료로 섭취했을 경우에도 감염 위험이 있다. 다만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사람으로 전파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4~19일이며, 급성일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감염이 확인되면 주변 개체까지 살처분해야 해 양돈 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2019년 국내 ASF 대유행 당시에도 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