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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타비, 보카브리아/사진=각사 제공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기존 표준 치료제였던 '빅타비'와 '도바토'뿐만 아니라, 2제 복합제 등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약들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주사제의 경우 투약 간격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약사 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MSD, 먹는 복합제 시장 참전
현재 HIV 시장에서 표준 치료로 쓰이는 약은 두 개 이상의 성분을 결합한 복합제다. INSTI(인테그라제 억제제) 계열 3제 복합제인 길리어드 '빅타비'와 GSK '도바토'가 국내외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새로운 약물들이 임상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면서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발표된 MSD의 2제 복합제 '도라비린·이슬라트라비르'다. 이슬라트라비르는 NRTTI(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전위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NRTTI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빅타비의 돌연변이 우려를 개선할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빅타비의 주성분인 '빅테그라비르'는 기존 약물의 내성 위험을 극복한 반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INSTI를 무력화시키거나 약물 간 상호작용·심장 독성 등의 우려가 남아 있다. 이슬라트라비르 복합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경우, HIV 치료제 시장에서 INSTI를 사용하지 않아도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선택지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임상 3상 시험 'MK-8591A-053' 결과에 따르면, 이슬라트라비르 복합제는 바이러스 억제 효능 또한 빅타비보다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537명의 감염인들에게 48주간 이슬라트라비르 복합제 또는 빅타비를 1일 1회 투여한 결과, HIV-1 RNA 수치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비율이 이슬라트라비르 투여군과 빅타비 투여군이 서로 유사했다. 안전성 또한 두 약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됐다. FDA는 이슬라트라비르 복합제의 승인 신청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4월 28일(현지시간)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길리어드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길리어드는 빅타비의 주성분 빅테그라비르와 PrEP(노출 전 예방요법) 신약 '예즈투고'의 주성분 '레나카파비르'를 결합한 2제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신약의 효능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Artistry-1'의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Artistry-1은 기존에 다른 단일제 여러 알을 복용했던 이력이 있는 HIV 감염인 689명을 대상으로 빅테그라비르·레나카파비르 복합제와 기존 치료제의 효능을 비교한 연구다. 임상에서 감염인들은 48주간 기존에 먹던 약에서 빅테그라비르·레나카파비르 복합제로 바꾸거나, 기존 약 복용을 유지했다. 그 결과, 신약과 기존 약제의 48주차 기준 치료 결과가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경쟁 치열… GSK vs 길리어드
최근에는 주사제도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제약사는 GSK다. GSK는 2021년 1월 FDA로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카베누바'와 먹는 약 '보카브리아' 병용요법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2월 2개의 주사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를 두 달에 한 번 같이 맞는 방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길리어드는 투약 간격을 6개월로 넓힌 '레나카파비르' 주사제를 선보였다. 레나카파비르는 감염 치료와 PrEP 요법 모두에서 허가된 성분으로, 감염 치료제로는 '선렌카', PrEP 요법으로는 '예즈투고'라는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다만, 선렌카의 경우 다제내성(기존의 다른 여러 약제에 내성이 있는 경우) 환자 치료 용도로 허가됐기 때문에, 아무 상황에서나 쓸 수 있는 약제는 아니다.

길리어드는 최근 레나카파비르 주사제를 다른 경구제와 병용하는 방안을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 'GS-3242'와 병용하거나, MSD 이슬라트라비르와 주 1회 병용하거나, 빅테그라비르와 매일 병용 투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길리어드 디트마 버거 최고의료책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서 "기존에 연구를 진행 중이던 'GS-1219'보다는 'GS-3242' 개발을 우선시하기로 했다"며 "내년에 열릴 바이러스학 콘퍼런스에서 GS-3242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