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조사 결과, 90%가 성별 증상 다른 것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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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증상으로 남성은 흉통을 여성은 흉통보다 호흡곤란, 소화불량,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혈관계질환은 우리나라 국민 남여 모두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다만 증상 표현, 위험 요인 등이 성별에 따라 달라, 맞춤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국내 성인 중 단 10% 정도만이 성별에 따라 심혈관질환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성인의 성별에 따른 심혈관질환 인식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전국에 거주하는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성별 차이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에 심혈관질환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약 20%였다. 심혈관질환은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수십년 간의 연구 결과 여성의 심혈관질환 발병률도 남성 못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 여성의 발병 연령이 남성보다 5~10년 높다. 여성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완경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던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증상이 남성과 여성에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10.3%만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여성은 심혈관질환 증상으로 흉통보다 호흡곤란, 소화불량,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협심증(심장 근육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흉통이나 압박감)의 경우에도 남성은 왼쪽 가슴이 조이는 등 전형적인 흉통을 호소하지만, 여성은 가슴이 울컥하거나 체한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지속시간도 남성은 5분 이내, 여성은 5분 이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고대안암병원 연구팀이 발표했다.


심혈관계질환 치료 약물과 시술 등의 효과와 부작용도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성별에 따라 체성분, 대사효소, 수용체 밀도, 신호전달 반응 등이 달라, 약효와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일부 항혈소판제에서 더 높은 혈소판 반응성을 보이고, 지질저하제인 스타틴에 통증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보고가 있다. 지속해 성별에 따라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다는 보고가 늘면서, 구체적인 성별 맞춤 처방 권고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다른 특이 심혈관 위험 인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임신성 고혈압과 조기 폐경 등이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13.7%였다. 또 전체의 68.8%는 최근 1년간 심혈관질환 관련 교육이나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60.3%는 성차를 고려한 심혈관질환 교육과 맞춤형 예방·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 박성미 센터장 “심혈관질환은 남성과 여성에서 증상과 원인, 치료 반응이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으며, 다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게 되는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이번 조사가 성차기반 심혈관질환 진료지침 마련과 국민인식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국립보건연구원 박현영 원장은 “조사결과는 성별 맞춤형 심혈관질환 관리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향후 심혈관계질환 예방·진단·치료 전 과정에서 성차를 반영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2025 K-STAR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됐다. K-STAR는 한국인 기반 성별에 따른 심혈관질환의 진단·치료 표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