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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일괄 증원 결정 과정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 수 부족 추계’가 부정확했고, 전문가 단체 의견 수렴과 정책 심의 과정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의사 수 추계·논의 과정 모두 ‘부적합’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월 6일 발표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방안은 ▲의대생 부족 추계 부정확 ▲의사협회와의 증원 규모 논의 과정 부족 ▲교육부 배정위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복지부가 제시한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전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기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1만명에, 복지부가 의뢰한 한 연구에서 도출된 부족한 의사 수 4786명을 더한 것이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효과 등을 보정하지 않고 단순 합산해 전체 숫자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정부가 기존 합의했던 것과 달리 증원 규모에 대해 의사단체와 협의하지 않고,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위원들에 충분한 정보와 논의 시간도 부여하지 않는 등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노력도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내다봤다.

또한 감사원은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배정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배정위원회 구성에 의대 교육과정에 정통한 인사가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고, 대학의 수용 역량 확인을 위한 현장점검도 없이 배정안이 확정됐다. 예컨대 충북대는 임상실습 병원 완공 시점을 실제보다 앞당겨 제출했으나 검증 없이 반영됐다.


이 같은 결과들을 토대로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에게 ‘의사 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중장기 추계를 수행할 때 의사 부족 추계 분석 결과를 적극 적용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 장관에게도 배정위원회 전문성 확보와 대학 교육여건 검증 강화, 대학별 정원 배정의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 요구’를 했다.

◇“의대정원 증원정책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감사원 결과 두고 의료계에선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감사원 보고서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5월 감사원으로 감사 청구를 제기했던 핵심 문제점들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의협은 “당시 우리 협회는 의대정원 증원에 있어 정책 결정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과정의 왜곡 등의 내용으로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라며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 전반에 심각한 비합리성과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이 공식적으로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의협은 “정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모든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정책은 의료계를 포함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먼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의정협의체를 점검해 의료계와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감사 결과를 환영한다면서도 당장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증원과 함께 약속했던 강의실과 실습실은 여전히 보이지 않으며 의과대학 학생들은 공간이 부족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라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인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적절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