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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삶의 전 과정에서 일정하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을 기점으로 구조적 성격이 뚜렷하게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의 뇌는 삶의 전 과정에서 일정하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을 기점으로 구조적 성격이 뚜렷하게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뇌과학 연구팀은 뇌 구조가 생애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0세부터 90세까지 총 4216명의 확산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확산 MRI는 뇌 속 신경섬유가 어떤 경로로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촬영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얼마나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12가지를 비교했고, 이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단순화해 종합 분석했다.

분석 결과, 뇌의 연결 구조는 나이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약 9세, 32세, 66세, 83세를 전후로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전환점을 보였다. 출생부터 약 9세까지는 뇌에 많은 연결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동시에 불필요한 연결이 정리되는 시기였다. 이는 감각·운동·언어 등 기본적인 기능을 빠르게 습득하고, 주변 환경에 맞게 뇌 구조를 다듬는 과정과 관련된 변화로 해석된다.

9세부터 32세까지는 뇌 전체에서 정보 전달 효율이 점차 높아지며 연결 구조가 정돈되는 단계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서로 다른 뇌 영역이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학습, 판단, 문제 해결처럼 여러 정보를 종합해 처리하는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30세 전후에는 뇌 전체 연결 효율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정보 처리 면에서 구조적 효율성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로 평가된다.


32세 이후 66세까지는 뇌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기에 해당했다. 이 시기에는 기억·언어·시각 등 역할이 다른 뇌 영역들이 각자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가 점차 뚜렷해졌다. 66세 이후에는 뇌가 멀리 떨어진 여러 영역을 넓게 연결하기보다 서로 이웃한 영역끼리 묶여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로 바뀌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이미 익숙한 기능이나 비슷한 정보를 중심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변화를 시사한다. 83세 이후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 발달과 노화가 단순한 성장과 쇠퇴의 연속이 아니라, 인생 단계마다 서로 다른 방향의 구조 변화로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여러 연결 지표를 함께 분석해야만 이러한 전환 시점을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는 한 시점의 영상을 연령별로 비교한 방식이어서, 같은 사람의 뇌 변화를 장기간 추적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5일 게재됐다.